강원도 영월과 정선군에는 개나리보다 봄이 왔음을 더 빨리 알려주는 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맘때만 피어나는 희귀종인 동강할미꽃이다. 동강할미꽃은 강원도 정선군과 영월읍으로 흐르는 동강 옆 석회암 뼝대(바위로 이루어진 높고 큰 낭떠러지를 이르는 방언)에서만 자라난다. 일반적으로 할미꽃이라 하면 어릴 적 뒷동산 무덤가에서 흔히 봐왔던 허리가 굽은 꽃이지만, 동강할미꽃은 빳빳한 허리에 연분홍꽃 보송보송한 잔털을 지닌 아름다운 꽃이다. 이 지역에서는 바위할매꽃이라 불렸고 한때는 무분별한 채집으로 멸종위기에 처했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노력으로 매년 축제를 열수 있을 만큼 군락지가 늘어났다. 이 꽃은 석회암이 많은 지역에서만 서식하기 때문에 집안에서 관상용으로 키우기 어렵다. 만약 기암절벽 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에 피어난 아름다운 동강할미꽃의 자태를 즐기고자 한다면, 먼 길을 달려가는 수고로움 쯤이야 넉넉하게 감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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