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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아비 불러낸 이유? 억울한 사람 많은 시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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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아비 불러낸 이유? 억울한 사람 많은 시대니까”

입력
2016.03.2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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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백수광부 20주년 기념작 '햄릿 아비' 리허설. 햄릿을 모티프로 세월호, 역사교과서, 일본 위안부 문제까지 민감한 이슈를 건드린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극단 백수광부 20주년 기념작 '햄릿 아비' 리허설. 햄릿을 모티프로 세월호, 역사교과서, 일본 위안부 문제까지 민감한 이슈를 건드린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28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한 후미진 건물 지하. 책상 2개와 의자 4, 5개를 한쪽 구석으로 밀친 배우들이 연극 연습을 시작한다. 인형극을 했다가, 춤을 췄다가, 배추전을 부치다가, 굿판까지 벌이는 이 작품은 연출가와 배우가 합심해 자료를 찾고 대사를 쓰고 동선을 만들었다. 요즘 연출가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는 ‘공동창작’이다. 작품에 온갖 실험을 하면서도 사회 풍자를 놓치지 않는다. 이를테면 햄릿 엄마로 나온 배우 박윤정이 지난 해 ‘정부 검열’ 논란을 빚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선정작에 출연했던 뒷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이다.

연극의 메카인 대학로에서 자동차로 너끈히 40분은 걸리는 이곳에서 20년간 연극을 만들어온 극단 이름은 백수광부. 창단 20주년을 맞아 창작극 ‘햄릿아비’(4월 8~17일 대학로 SH아트홀)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제37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으로 참가한다.

연습 중간 짬을 낸 이성열 연출가는 “원래 프로젝트 그룹으로 시작했는데 작품 반응도 좋고 멤버들간 합(合)도 잘 맞아 두 번, 세 번 작품을 다시 만들다 보니 극단이 됐다”고 말했다. 산울림극단의 조연출로 일했던 그는 극단을 나와 이윤택 연출가가 이끄는 우리극연구소에서 연극 2편을 연출하고, 1996년 우연한 기회에 노량진 연습실과 극장을 얻어 배우 12명과 장정일의 시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극화한 연극을 만들었다. “지금 없어진 은행나무극장, 거길 일주일 빌렸는데 다음 작품이 ‘빵꾸’났다며 저희 더러 20일을 쓰래요. 마침 그 연극이 잘돼서 두 번째 작품을 올리면서 극단을 만들었죠.” 창단 멤버였던 배우 류주현, 홍경숙씨는 이제 모두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때 제가 35살이었는데 배우는 다 20대였어요. 지금으로 따지면 아마추어에 가까웠죠. 무모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몰랐기 때문에 겁 없이 많이 저질렀죠.”

맏형인 이 연출가가 박근형 최용훈 김광보 등과 함께 혜화동1번지 2기 동인으로 활동하며 백수광부는 이제 단원 50명의 중견 극단으로 성장했다. 극작과 연출을 겸한 박근형이 창작극을, 연출을 전문으로 하는 최용훈이 외국 희곡 번역극을 주로 선보였고, 이성열은 집단창작과 번역극 연출이라는 두 가지 연출 방식을 모두 선보인다.

“인터뷰인 걸 깜빡 했다”며 막내 배우의 재킷을 빌려 입고 포즈를 취한 이성열 연출가. 인터뷰는 “깜빡”했지만 연습실 리허설을 촬영하자 배우들에게 기다렸다는 듯 무대 의상을 입혔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인터뷰인 걸 깜빡 했다”며 막내 배우의 재킷을 빌려 입고 포즈를 취한 이성열 연출가. 인터뷰는 “깜빡”했지만 연습실 리허설을 촬영하자 배우들에게 기다렸다는 듯 무대 의상을 입혔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20년 전에 비해 지금이 연극하기 어려운 환경이냐는 질문에 그는 “국가가 간섭을 많이 한다”고 답했다. “극단 운영하기는 창단 때도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기 때문에 비슷하죠. 10년 전보다 연극하는 환경이 나빠진 게 있다면 국가 권력이 점점 통제를 많이 하니까 그건 확연히 나빠졌어요. 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은 ‘세월호’의 ‘세’자만 들어가도 (작품 공모에서)탈락하고, 서울시 산하 서울문화재단은 세월호 다른 작품을 버젓이 지원작에 선정해 매진시켰죠. 이게 코미디죠.”

극단 백수광부가 20주년 기념작으로 햄릿의 아비를 불러온 이유다. 이 연출가는 “죽어서도 억울해 아들 앞에 나오는 햄릿 아버지처럼 자기 억울함을 바로 잡아 달라는 사람이 많은 시대”라며 “용산 사태, 세월호가 바로 햄릿 아비다. 햄릿의 이름, 인물, 대사를 따왔지만 햄릿을 빌어 우리 사회를 얘기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20년이 지났다고 그다지 훌륭한 극단이 된 것 같진 않고(웃음), 대표작 재공연 하기보단 이 시대를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새 공연을 만드는 게 낫겠다 생각했죠. 내부적으로는 지금부터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하자는 의미고. 이 작품이 지금 우리의 이정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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