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전문 분야에서 활동하다 은퇴한 과학기술인들이 8,000여명입니다. 한국 과학 기술 발전을 위해선 이들이 축적해온 지식과 노하우를 활용해야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한국시니어과학기술인협회(KASSE) 초대회장을 맡은 이충희 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81)은 17일 경기 성남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만나 “고급 과학기술 인력이 줄어드는 고령화 시대에는 은퇴한 과학기술자들을 활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협회는 1년여 준비 끝에 지난 9일 창립 총회를 열고 정식으로 출범했다. 김우식 전 과학기술부 장관과 조완규 전 교육부 장관,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신성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등 은퇴한 전직 관료, 연구원, 대학교수 90명이 힘을 모았다.
이 회장은 협회가 비영리단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수익 사업보다 지식 기부나 봉사가 최우선 활동 목표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정부가 운영하는 은퇴 과학기술자 전문성 활용 프로그램도 있으나 그 대상이 되는 인원은 500명 안팎에 불과하다”며 “국가가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95%의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과 연구 발표도 하고 초중고교에서 강연하는 게 협회의 설립 목적”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창립 전부터 한국과학기술정보협동조합과 ‘청소년 과학꿈나무 육성 교육사업’을 운영하며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 50개 학교에서 과학 강연을 했다. 입시 위주 교육 때문에 과학 강연을 들을 기회가 흔치 않아서였는지 학생들 반응이 무척 좋았다고 한다. 이 회장은 “강연을 하고 보니 과학 발전을 위해선 청소년 과학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정부도 민간 과학문화 확산을 위한 예산 편성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력 과학자들의 지식과 노하우를 후대에 전하는 것은 과학 발전에도 필요한 일이다. 이 회장은 “일본이 과학 부문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계속 배출할 수 있는 건 과학자들이 은퇴 후에도 후배들과 함께 연구를 이어가거나 후배들을 지도하는 뿌리 깊은 전통이 지속되기 때문인데 우리에겐 그런 문화가 없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정부의 과학 분야 행정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겠다는 정부 정책은 늘 있었지만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가 없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IT 분야만 신경 쓸 뿐 기초과학을 비롯한 과학기술 분야는 관심이 없는 듯해요. 관련 부처 고위직에는 행정 관료만 있지 과학기술자들이 없습니다. 국회에도 과학기술 전문가가 없어요.”
협회는 이 회장을 비롯해 회원들의 사비로 운영되고 있다.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협회를 전국 규모로 확대할 계획도 있다. 이 회장은 “초기엔 서울을 중심으로 운영되겠지만 앞으로 전국에 있는 시니어 과학기술인들이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전국적 네트워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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