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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11점 학습부진아 준환이, '칭찬 상담' 한 학기 만에 89점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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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11점 학습부진아 준환이, '칭찬 상담' 한 학기 만에 89점 기적

입력
2016.03.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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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청 1대1 맞춤학습상담 아이들을 바꿔놨어요

올해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를 졸업한 준환(13ㆍ가명)이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유난히 작고 깡마른 체구의 말 없는 학생이었다. 지난해까지 준환이에겐 휴대폰 속 작은 세상이 전부였다. 점심 시간에도 끼니를 거르면서 게임에 몰두하는 것은 물론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않았다. 휴대폰을 반납해야 하는 수업 시간에는 먼 산만 바라봤다. 6학년초 치른 진단평가에서 11점 짜리 국어성적표를 받은 준환이에게는 학습부진아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 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영석(13ㆍ가명)이는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거짓말쟁이’로 통했다. 집에서는 학교에서 주최한 ‘도전, 골든벨을 울려라’대회에서 마지막까지 살아 남아 상을 받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학교에서는 ‘집에 최신식 컴퓨터가 있다’, ‘유명 연예인과 친척이다’라는 식의 허풍을 늘어놨다. 아이들은 이런 영석이를 따돌렸다. 학교에서 겉돌기 시작한 영석이에게 수업은 뒷전이었고 어느새 또래 아이들에 비해 뒤처진 학습부진아가 됐다.

서울시교육청 서울학습도움센터 소속 학습상담사가 학업 성적이 뒤처진 학습 부진 학생을 상대로 1:1 맞춤학습상담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서울시교육청 제공
서울시교육청 서울학습도움센터 소속 학습상담사가 학업 성적이 뒤처진 학습 부진 학생을 상대로 1:1 맞춤학습상담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서울시교육청 제공

준환이와 영석이는 그러나 한 학기 만에 몰라보게 달라졌다. 학습부진 학생에게 전문가들이 학습 상담과 심리ㆍ정서상담을 하는 서울시교육청의 ‘1대1 맞춤학습상담’이 결실을 맺은 것. 한 학기 동안 20회를 진행하고 실시한 진단평가에서 준환는 국어과목에서 89점을 받았다. 영석이는 친구들과 선생님으로부터 “거짓말을 않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는 칭찬을 들었다. 시 교육청의 이 상담은 2012년 시작 올해로 5년째다. 대상 학생도 200명에서 400여명으로 늘었다.

학습상담사들은 “아이들 마음을 녹이는 몇 마디 칭찬과 관심이면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준환이를 상담한 이미경 학습상담사는 “눈도 안 마주치려던 아이가 팔씨름을 하고 게임 내기를 하면서 관심을 기울이니 점차 마음을 열었다”며 “엄마 아빠 모두 타지로 일하러 가 가족이 흩어졌는데 폐지를 주우러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나가면 혼자인 시간이 싫어 게임에 몰두했다고 털어놨다”고 말했다. 영석이를 상담한 김민영 학습상담사는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었던 영석이는 자존감이 결여돼 있어 자신의 모든 것을 과장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영석이가 가진 모든 점을 칭찬해주는데 주력했더니 스스로 거짓말 하는 버릇을 고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학습부진아는 준환이와 영석이처럼 경제적으로 소외된 계층이 상당수라 부모가 제대로 관심을 쏟을 수 없다. 교육당국이 개입해 부모 대신 지속적으로 관심을 쏟고 격려해 주면 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 기회의 평등을 위해서 최소한 초등학생만큼은 부모나 학교, 교육당국으로부터 관심과 격려를 받을 수 있도록 상담 제공하는 등 적극적 조치가 필수”라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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