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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산업, 규제 풀면 5년내 52만명 일자리 생긴다”

입력
2016.03.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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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비자발급 간소화 이후

관광객 폭발적 증가로 고용 창출

빅데이터 시장 성장하려면

비식별 개인정보 활용 가능해야

산악관광도 이중 삼중으로 규제

“2년 전 공장을 신축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더니 차일피일 미루다 자치단체장이 공약으로 내건 지역 숙원사업(체육관 신축)을 우리 회사가 처리해 주면 좋겠다는 요구를 해 오더군요. 허가를 내줘야 하는데도 지자체장이 계속 승인을 미뤄 곤욕을 치렀습니다. 설비 투자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허가권자가 질질 시간을 끌면 그 손해는 기업이 고스란히 짊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일보가 실시한 ‘규제 개혁 관련 설문조사’에 응한 A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하소연이다. 그는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일부 지방 중소도시에는 아직도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대가를 요구하는 관행이 남아있다”며 “지자체와 경찰의 규제 개혁 마인드는 여전히 바닥 수준”이라고 말했다.

규제는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킬 수 밖에 없다. 이번 설문에서 ‘규제가 풀리면 신규 투자를 늘리겠냐’는 질문에 86%의 CEO는 ‘그렇다’고 답했다.

아무리 사소한 규제라도 일자리와 직결되는 만큼 정부의 규제 완화는 좀 더 폭넓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을 경유하는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 허용도 그런 예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미국 비자를 소지한 중국인이 한국을 경유해 미국령 괌으로 갈 때 한국 비자가 없어도 최대 30일 간 국내에 체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전까진 미국 비자를 받아 미국 본토로 가는 중국인만 한국을 경유할 때 무비자 입국이 가능했다. 관련 업계에선 개선책을 건의했고 정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렇게 규제가 풀리며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연간 1만9,000여명이나 늘어나고 157억원의 추가 관광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미국령 사이판은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B기업 CEO는 “미국령 사이판은 괌보다 중국인 관광 수요가 7.6배나 많은데 규제 완화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8년 중국인에 대한 한국 비자발급 간소화 조치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점을 강조했다. 2008년 116만명이었던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598만명으로 6배 가까이 증가했다. 산업연구원은 2013년 432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으로 인한 고용 유발 효과가 24만798명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100명의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유치하면 평균 5.57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규제를 과감하게 없애면 새로운 일자리를 100만개 이상 만들 수 있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빅데이터, 태양광, 사물인터넷 등 미래 신기술에 대한 규제를 풀고, 관련 산업이 시장에 안착하도록 지원하면 향후 5년안에 새로운 일자리가 크게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빅데이터 기반 산업에 52만명, 산악ㆍ지역 관광 분야에 20만5,000명, 미래형자동차ㆍ드론ㆍ지능형 로봇 등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제조 분야에 12만5,000명, 바이오ㆍ의약 분야에 8만8,000명, 태양광ㆍ에너지저장장치ㆍ스마트그리드 등 신에너지 분야에 3만7,000명,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에 2만2,000명, 인터넷전문은행 1만명 등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빅데이터 시장이 커지기 위해서는 법령 개정이 전제돼야 한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모든 개인정보의 활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누구에 대한 정보인지 확인할 수 없는 ‘비식별 개인정보’는 빅데이터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풀어야 한다는 게 업계 바람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의료 관광 콘텐츠 교육 유통 물류 요트 미래농업 항공기정비수리 자동차개조 산악비즈니스 등 10대 산업 관련 규제를 풀면 57조원의 부가가치가 발생하고, 111만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산악 관광은 국토의 70%가 산지인 국내 여건상 유망한 산업인데도 이중 삼중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연간 40만명이 방문하는 국내 대관령 목장은 초지법, 백두대간보호법, 자연공원법 등에 묶여 숙박ㆍ체험 시설, 식당 등을 지을 수 없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1996년 사전심의제가 폐지된 후 한국 영화산업이 급성장했고, 1997년 택배산업 자유화 조치 후 택배 시장이 11배나 커졌다”며 “새로운 분야에서 창업 등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규제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2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청년 일자리 해소를 위한 환경분야 청년취업박람회가 열려 참가한 학생들이 채용공고를 보고 있다. 전혜원기자 iamjhw@hankookilbo.com
2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청년 일자리 해소를 위한 환경분야 청년취업박람회가 열려 참가한 학생들이 채용공고를 보고 있다. 전혜원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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