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지금 이전은 시기상조” 수습
‘국회 분원 설치’로 공약 바꿔
“충청 겨냥 장기적 포석” 평가 속
與는 “분원은 우리 공약” 비판
더불어민주당이 4ㆍ13 총선을 앞두고 내놓은 ‘국회 세종시 이전’ 공약을 만 하루도 안돼 ‘분원 설치’로 바꾸며 급히 발을 빼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선을 염두엔 둔 포석이라는 평가와 함께 총선을 앞두고 그 만큼 절박한 내부사정이 수면위로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28일 대전시에서 열린 대전ㆍ충남 국회의원 후보자 연석회의에서 “2004년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을 고려할 때 지금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날 더민주 총선공약단이 국가균형 발전과 함께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회의 대 정부 견제를 강화하기 내놓은 공약이 하루도 안돼 제동이 걸린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계기도 있고, 정치 상황에 여러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며 여운을 남겼다.
‘국회 이전’공약이 해프닝으로 마무리 되기는 했지만, 더민주의 이 같은 ‘애드벌룬’ 작전은 충청 표심을 노린 정치공학적 행위라는 데 이견이 없다. 장수찬 목원대 교수는 “이전이 됐든, 분원 설치가 됐든 충청권 표심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며 “장기적 이슈로 끌고 간다면 충청 유권자들의 기억 속에는 ‘세종시=더민주’ 각인 효과가 남아 더민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욱 배재대 교수도 “16대 대선, 19대 총선 때도 지역 민심은 세종시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세종시 이슈가 표심을 자극하는 것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실제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충청권 행정수도를 공약으로 내세워 충청권 표심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고, 이해찬 의원도 19대 총선에서 ‘세종시는 노무현’이라는 선거 구호로 당선됐다.
새누리당이 이번 이슈에 즉각 가세한 것도 이 같은 사실을 반영한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 뒤 기자들과 만나 “내일 이인제 최고위원이 국회 분원의 세종시 이전에 관한 공약을 발표할 것”고 밝혔다. 그는 또 “충청권 선대위원장을 맡은 이 최고위원이 그 부분을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오늘 김종인 대표가 우리가 발표하려던 공약을 발표해버렸다”며 “정치 도의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여야가 충청 표심을 얻기 위해 국회 세종시 분원 설치 경쟁까지 벌이는 모양새다.
선거를 보름가량 앞두고 ‘졸속’으로 비춰질 공약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더민주의 위기감이 표출됐다는 분석이 많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19대 총선에서 더민주는 호남이라는 든든한 지역 기반이라도 있었지만 국민의당 출현 이후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라며 “영남은 그렇다 치더라도 ‘스윙보트’ 역할을 해오던 충청권에 보다 적극적인 구애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 한 관계자도 “총선공약단이 지금까지 낸 공약 중에 이슈화에 성공한 게 하나도 없다”고 밝혀, 이런 내부 분위기를 인정했다.
충청에는 대전 7개, 충남 11개, 충북 8개, 세종시 1개를 합해 모두 27개의 지역구가 있다. 호남의 28개보다 1개가 적은 수치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