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 테러 용의자들이 대부분 교도소에서 만나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으로 드러나 벨기에 교도소는 테러의 또 다른 온상이 되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다른 수감자들을 감염시키면서 교도소가 종교 범죄자의 양성소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2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벨기에 교도소 내 이슬람 극단주의가 확산되면서 당국에 비상등이 켜졌다. 벨기에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강도, 테러 모의 등을 저지르고 교도소로 들어가 비이슬람 수감자들을 극단주의에 물들게 하는 정도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파리 테러를 이끌었던 압델하미드 아바우드와 최근 체포된 살라 압데슬람도 벨기에 교도소에서 만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다. 압데슬람의 동생이자 파리 테러 당시 자폭한 브라힘 압데슬람도 벨기에에서 복역한 바 있다.
1만1,000여명에 이르는 벨기에 수감자의 20~30%를 차지하는 무슬림은 이슬람 음악을 틀어놓거나 기도 시간에 동참을 강요하는 방법으로 이슬람교 확산에 힘쓰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은행 강도를 벌이다 10년 간 벨기에 교도소에서 복역한 스테판 메도(37)는 “교도소는 무슬림의 규칙이 지배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 극단주의 전파를 작정한 일부 악성 수감자들이 운동시간을 이용해 주로 감수성이 예민한 청년들에 접근한다”며 “이들은 점점 감화돼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에 대해 (극단주의자들의 생각대로)정의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벨기에 정부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면서도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벨기에 법무부는 두 곳의 교도소에 격리 구역을 만들어 극단적인 무슬림 범죄자 40명을 집단 수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시길드 라쿠르 법무부 대변인에 따르면 첫 격리가 시작되는 4월 11일 해당 수감자는 5명뿐이다. 라쿠르는 “수감자들을 덜 극단화할 전문가를 고용할 계획”이라면서도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중시하는 벨기에 분위기 상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교화 방법을)드러내놓고 얘기할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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