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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습격자’ 심혈관 질환

입력
2016.03.2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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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일교차로 인해 자율 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혈관이 쉽게 수축돼 심혈관 질환 발생이 높일 수 있기에 무리한 운동은 삼가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심한 일교차로 인해 자율 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혈관이 쉽게 수축돼 심혈관 질환 발생이 높일 수 있기에 무리한 운동은 삼가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일교차 탓 혈관 쉽게 수축

심금경색 등 겨울보다 빈발

외부 활동 늘며 심장에 무리

황사ㆍ미세먼지 증가도 원인

외출 땐 겉옷ㆍ마스크 챙기고

운동 전 충분한 스트레칭을

일교차가 심한 봄철에는 심장 건강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생기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과 같은 심혈관 질환이 겨울철(12~2월)보다 봄철(3~5월)에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4년 월별 심혈관 질환 환자 수 자료를 계절별로 분류한 결과, 겨울철(12~2월, 82만9,089명)보다 봄철(3~5월, 83만4,687명)에 심혈관 질환으로 병원을 더 많이 찾았다.

이종영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봄에 겨울보다 심장 질환이 늘어난 것은 심한 일교차 때문”이라고 했다. 기온 변화가 심하면 자율 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혈관이 쉽게 수축돼 심혈관 질환이 잘 생긴다. 겨우내 활동량이 줄었다가 갑자기 운동을 시작해 심장에 무리가 되는 것도 원인이다. 이밖에 봄철에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것도 심혈관 질환 발병을 높이는 원인으로 꼽힌다.

심장 관상동맥이 협착된 모습. 이로 인해 심근경색이 발생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심장 관상동맥이 협착된 모습. 이로 인해 심근경색이 발생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심한 일교차, 심장 건강에 독

협심증은 관상동맥 안쪽 지름이 50% 이상 좁아지며 심장 근육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심장근육에 허혈이 생겨 발병한다. 심근경색은 관상동맥 혈관이 완전히 막혀 심장근육이 멈추는 위험한 질환이다. 협심증, 심근경색처럼 심장에 피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아 생기는 심장질환을 허혈성 심장질환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심혈관 질환은 기온이 떨어지는 초겨울이나 겨울에 환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기온이 올라가는 봄철에 환자가 더 많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최동훈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기온 변화가 심한 환절기에는 심장과 혈관기능을 조절하는 교감과 부교감 신경의 균형이 깨져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되기 쉽다”며 “이것이 반복되면 심혈관이 좁아진 부위에 혈전이 달라붙어 혈액 흐름을 막아 허혈성 심장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높아진다”고 했다.

봄에 날씨가 풀리면 갑자기 옷차림이 가벼워져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혈관도 지나치게 수축될 수 있다. 따라서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비만 등 심혈관질환 위험인자가 있거나 고령인 사람은 장시간 외출할 경우 번거롭더라도 가벼운 외투나 모자, 장갑 등을 준비해 체온 저하에 대비해야 한다. 운동할 때도 땀이 약간 날 정도로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야 한다.

게다가 봄철에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하면 기침, 가래 등과 같은 호흡기 질환이 많이 발병한다. 이 때 호흡기와 연관된 기관은 심혈관이다. 호흡이 잘 되지 않으면 심장과 혈관은 부담을 받아 심근경색 등과 같은 심혈관 질환이 발생하기 쉽다. 게다가 미세먼지가 호흡기를 통해 혈관으로 침투하면 혈액 속에서 염증이 생긴다.

이종영 교수는 “혈관으로 흡수되면 혈관이 미세먼지로 인해 염증반응이 생긴다”며 “염증이 생기면 피가 끈적끈적해지면서 혈전도 잘 생겨 심장이나 혈관이 부담을 많이 받게 된다”고 했다.

특히 미세먼지로 혈전이 생겨 뇌혈관에 쌓이면 뇌졸중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곳에서 24시간 머물면 급성 뇌졸중 위험도가 30% 이상 높아진다. 심혈관 질환자가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할 때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 착용과 충분한 수분 섭취를 해야 하는 이유다.

심혈관 질환의 일반적인 증상은 심한 가슴 통증, 가슴 두근거림, 피부 변색, 피로감, 호흡곤란, 졸도, 부종 등이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갑자기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고위험군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70대 이후엔 여성이 더 많이 발병

심혈관 질환은 흔히 흡연과 육류를 즐기는 남성 질환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여성은 유방암보다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더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2015년)에 따르면 2014년 심혈관 질환자 중 남성은 95만2,000명으로 여성(42만1,000명)보다 월등히 많다. 하지만 연령별로는 70대를 기점으로 여성 환자(14만9,000명)가 남성 환자(13만6,000명)를 넘어섰다.

심혈관 질환은 사망률이 높은 게 문제다. 한국인의 10대 사망 원인 중 1위가 암, 2위가 심장 질환, 3위가 뇌혈관 질환이었다(통계청, 2015년). 여성도 암을 제외하면 심장 질환이 사망 원인 1위였다. 특히 심장 질환은 10년 전보다 사망 원인 순위가 3위에서 2위로 상승했다.

중년 여성에게 심혈관 질환이 위협적인 이유는 폐경에 따른 여성호르몬 분비 저하가 크게 작용한다.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은 ‘나쁜’ LDL 콜레스테롤과 ‘좋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의 균형을 맞춰 심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박진주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폐경으로 인해 에스트로겐 분비가 감소하면 동맥경화증을 예방하는 ‘좋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급격히 떨어져 혈압이 올라가고 핏속에 지방이 쌓이는 등 혈관 건강이 나빠진다”고 했다. 심장 근육세포가 노화되고 탄력을 잃는 것도 중년 이후 여성의 심혈관 질환을 늘릴 수 있다.

편욱범 이대목동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여성은 남성보다 심혈관 질환이 평균 10년 정도 늦게 생기고, 동반질환도 많아 진단 시기를 놓치고 증상이 심각해진 뒤에야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 남성보다 예후가 나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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