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의 극단ㆍ일방적 고립주의 외교ㆍ안보정책에 대해 미국 내ㆍ외부에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 인터뷰(26일)에서 아시아 동맹인 한국과 일본이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지 않으면 ‘핵우산 제공’을 철회하고 미군까지 철수시킬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뒤에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까지 나서 걱정할 지경이다.
케리 장관은 27일 트럼프의 잇따른 인종차별 및 분열적 발언과 관련, “전 세계 지도자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CBS 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내가 방문하는 모든 곳의 지도자들이 ‘도대체 미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냐’고 묻는다”면서 “그들은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믿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와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도 대외ㆍ안보분야에 대한 트럼프의 단순 무식함과 ‘미국 우선주의’의 위험성에 우려를 표시했다. 뉴욕타임스는 ‘누가 후보의 참모인가’라는 제목의 이날 자 사설에서 ‘어떤 사람을 참모로 뒀는지를 보면 후보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고 전제한 뒤, 민주ㆍ공화당의 5명 후보 가운데 트럼프 참모진 수준을 가장 낮게 평가했다. 트럼프는 외교ㆍ안보 정책을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그나마 최근 임명한 참모진도 과거 전력에 흠집이 많은 인물이라는 것이다.
의회전문지 ‘더 힐’도 ‘트럼프의 이단적 행동이 점점 쌓여가고 있다’는 기사에서 극단적 보호무역주의와 동맹과의 군사협력 거부 등을 언급하며, “트럼프가 몇몇 주요 글로벌 이슈에서 공화당의 정통 입장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허드슨연구소의 아서 허만 수석연구원은 “트럼프의 구상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한 기본적 질서와 구상에 의문을 던지는 것으로, 많은 사람을 충격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캐서린 힉스 국제안보프로그램 소장도 “미국이 아시아에 왜 미군 기지를 두고 있느냐. 그건 미국 인근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에서 각종 위협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뒤, “이런 전략이 훨씬 똑똑하고 경제적으로도 비용이 적게 든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에 대한 트럼프의 ‘안보 무임승차론’이 외교ㆍ안보분야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더 힐’과의 인터뷰에 응한 전직 미국 정부 관리도 제프 세션스(앨라배마) 상원의원을 핵심으로 하는 트럼프 대선캠프의 외교ㆍ안보팀에 대해 “오합지졸의 집합체다. 경험도 전략도 없는 인물들”이라고 혹평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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