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이전 이슈 부각 땐
경제심판론 기조 묻힐 우려도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세종시 이전’ 공약을 28일 장기검토과제로 격하해 발표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적인 검토와 함께 여론 수렴 과정이 더 필요하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설익은 공약에 대한 역풍 우려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가 이날 아침 신속하게 진화에 나선 것은 ‘충청권 민심을 잡기 위한 포퓰리즘’이라는 비난과 함께, 최대 접전지인 수도권 표심을 고려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장수찬 목원대 교수는 “해당 지역에서 표를 줄지는 몰라도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며 “전체 선거판을 놓고 본다면 득이 된다고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과거 행정수도 이전 당시 수도권 유권자들이 크게 반발했던 점을 감안하면 충청표는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수도권 표는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민주가 정부와 여당을 향해 내세우고 있는 경제심판론 기조가 흔들릴 수 있었다는 점도 거론된다. 더민주 관계자는 “우리가 가장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게 ‘경제심판론’”이라며 “국회 이전 이슈가 부각될 경우 경제심판론은 묻히고 선거 패배로도 이어질 수 있는 위기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더민주는 여당과 뚜렷한 대립각을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김종인 대표는 지난 주말 광주에 이어 이날 대전에서도 경제심판론과 함께 경제민주화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해왔다.
이와 함께 ‘국회 세종시 이전’ 공약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도 공약 수정 배경으로 꼽힌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10월 “관습헌법상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고, 수도는 입법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어야 하며 대통령이 활동하는 장소”라며 신행정수도법을 위헌으로 결정했다. 헌법개정 없이 국회 이전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더민주는 효율성과 대정부 견제 강화가 국회 이전 목적이라고 했지만 서울에 남아 있는 정부부처들과 또 다른 비효율의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며 “국회 이전을 이야기 하려면 다른 부처, 청와대 이전 등과 함께 유기적으로 다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더민주가 하루 만에 공약을 사실상 철회함으로써 ‘일단 던지고 보자는 식의 정치’에 대한 비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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