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만성질환 늘며 상품 봇물
모든 질병의 수술ㆍ입원까지 보장
가입 연령 40세로 낮춘 상품도
일반 보험보다 비싼 보험료엔 유의
50대 부부 A씨와 B씨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보험사로부터 보험 가입을 줄줄이 퇴짜 맞았다. 남편은 알코올성 간 질환을 앓고 있고 직업 상 크고 작은 사고가 잦았다. 부인도 고지혈증이 있고 혈압 약을 복용 중이다 보니 보험 가입이 쉽지 않았다. 그러다 얼마 전 한 보험사의 유병자보험에 가입하게 됐다. 부부는 월 17만원 상당의 다소 비싼 보험료를 부담하게 됐지만 “만족한다”고 말했다.
‘3ㆍ2ㆍ5’ 심사 통과하면 가입
보험사들이 ‘아픈 사람은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상식을 깬 유병자보험을 내놓고 있다. 건강한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전통적인 보험 시장은 포화 상태인 반면, 노인 인구 급증으로 만성질환을 보유한 국민이 늘면서 이들이 의료 보장을 받을 수 있는 보험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 당뇨병 등 주요 만성질환 환자 수(2014년 기준 약 1,183만명)으로 전체 인구(약 5,133만명)의 23%나 된다. 금융당국도 유병자보험 상품을 활성화해 보험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관련 상품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를 시작으로 올 상반기까지 쏟아진 유병자보험은 모두 복잡한 계약 심사 과정을 간소화한 ‘간편심사’ 보험이다. 일명 ‘3ㆍ2ㆍ5’의 간단한 심사만 통과하면 가입이 가능하다. 고객은 ▦3개월 이내 입원ㆍ수술ㆍ추가검사(재검사)의 필요 소견을 받았는지 ▦2년 이내 질병이나 사고로 입원 또는 수술(제왕절개 포함)을 했는지 ▦5년 이내 암으로 진단 받거나 암으로 입원 또는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지에 ‘아니오’라고 답할 수 있으면 가입할 수 있다.
보험 가입자의 계약 전 알릴 의무도 대폭 완화했다. 일반보험의 경우 알릴 항목이 18개에 달했지만 유병자보험은 3ㆍ2ㆍ5의 3가지 항목 외에 ▦직업 ▦운전 여부 ▦월소득만 추가로 알리면 된다. 특히 통원이나 투약에 대한 고지 의무가 면제돼 약을 복용 중인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도 보다 쉽게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상품별 보장 내용 살피고, 비싼 보험료는 주의해야
과거에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무심사 보험처럼 아픈 사람을 대상으로 한 보험이 있었지만 보장 범위가 사망ㆍ암 진단 등으로 제한돼 한계가 컸다. 하지만 최근 나온 간편심사 형태의 유병자보험은 모든 질병에 대한 수술과 입원까지 보장한다.
다만 상품마다 암, 뇌출혈 등 중대 질병에 대한 진단금 지급 여부, 가입 가능 연령 등이 상이해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삼성화재의 ‘간편하게 건강하게’는 질병ㆍ상해사망 시 최고 3,000만원, 3대 질병(암, 뇌출혈, 급성심근경색증) 진단 시 최고 2,000만원까지 보장한다. 수술비(상해, 암), 입원일당(상해, 질병, 암)도 선택 가능하다. 50~75세면 가입할 수 있고 10년마다 재가입을 통해 최대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단, 질병 수술비는 암만 보장하니 주의해야 한다. KB손해보험의 ‘신간편가입 건강보험’은 최고 3,000만원까지 보장하는 3대 질병의 진단비에 더해 수술비, 입원일당도 보장된다.
흥국화재의 ‘행복든든 간편가입 보장보험’은 가입 연령을 40세까지 대폭 낮췄다. 상해사망 시 보장금(최고 5,000만원)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단, 진단비는 보장하지 않는다. 한화손해보험의 ‘참 편한 건강보험’은 상해ㆍ질병으로 입원 시 일반적으로 4일째부터 보장하는 타사와 달리 입원 첫날부터 입원일당을 지급하고, 암 수술비 보장 수준(400만원)이 높은 것이 강점이다.
이들 유병자보험은 가입 대상이 주로 고령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이스피싱, 자동차 사고 시 법률 비용 담보를 마련해 놓은 경우도 많다. 필요하다면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 삼성화재의 경우에는 의료진의 전화 상담이나 3차 병원 진료 예약을 대행해주는 건강관리서비스와 함께 본인과 배우자 사망 시 장례지원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한다.
다만 간편심사로 가입하는 유병자보험은 상대적으로 비싼 보험료를 납입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일반심사를 받고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사람이 유병자보험에 가입하지 않도록 유병자보험 가입 시, 보험사가 일반보험 보험료와 유병자보험 보험료를 비교해 제시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의 경우 60세 남성, 100세 만기, 10년 갱신형, 10년 납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같은 보장 내용의 일반심사 보험료가 3만원이라면 간편심사는 이보다 2만원 더 많은 5만원 상당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원희정 금융감독원 보험상품감독국 팀장은 “간편심사보험은 일반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1.5~2배 가량 비싸므로, 건강한 일반인은 유병자 전용 보험상품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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