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왼쪽) 두산 감독-류중일 삼성 감독. /사진=임민환 기자
개막전 선발 투수 예고, 어느덧 프로야구 미디어데이 공식 질문이 됐다. 뻔하면서도 팬들이 가장 관심을 모으는 1순위 질문이다. 또 이때부터 감독들의 팽팽한 기 싸움이 펼쳐진다. 패를 먼저 공개하느냐, 감추느냐에 따라 공개 여부가 갈리기도 한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사령탑은 류중일 삼성 감독이다. 류 감독은 28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두산전 개막 선발로 왼손 차우찬을 예고했다. 내달 1일 새로 개장한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개막을 맞는 류 감독은 "두산에서 더스틴 니퍼트가 나올 것이라 예상되는데 한번 깨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태형 두산 감독은 "니퍼트인데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물은 뒤 "지금이라도 바꿔줄 수 있는데"라고 맞받아쳤다. 니퍼트는 삼성의 천적이다. 특히 지난해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선발 등판해 7이닝 무실점, 5차전에서는 구원 투수로 나가 2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당하게 선발 투수를 공개한 류중일 감독, 김태형 감독과 달리 잠실구장에서 맞붙는 김성근 한화 감독과 양상문 LG 감독은 입을 닫았다. 양 감독은 선발 투수를 공개해달라는 말에 "김성근 감독님에게 양보하겠다"고 했고, 김 감독은 "새벽 3시까지 고민을 했는데 결정을 못했다. 죄송하다"고 답을 피했다.
다시 마이크를 넘겨 받은 양 감독은 "어릴 때부터 김 감독님의 제자로 야구를 많이 배웠다"면서 "나도 감독님의 야구관을 따라가기 때문에 같이 공개를 안 하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미디어데이 전에 KBO(한국야구위원회)에 물어보니까 안 해도 된다고 하더라"고 웃어 넘겼다.
이밖에 다른 세 경기는 모두 선발 투수를 공개했다. 한국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지는 넥센-롯데전에는 각각 라이언 피어밴드와 조쉬 린드블럼이 출격한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우리나라 첫 돔구장 게임에서 이기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고, 조원우 롯데 감독은 "염 감독님이 선배라서 자극적인 말을 하지 않겠다. 이기겠다"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리는 NC-KIA전에서는 에릭 해커, 양현종이 각각 중책을 맡았다. 김경문 NC 감독은 "감독끼리 가벼운 말싸움을 하는 것보다 실력으로 보여드리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김기태 KIA 감독은 "지난해 NC에 많이 졌다. 올해는 작년보다 많이 이길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펼쳐지는 SK와 kt의 '통신 라이벌'전에는 김광현, 슈가 레이 마리몬이 선발 마운드에 오른다. 김용희 SK 감독은 "선택의 여지 없이 김광현"이라며 에이스에 대한 신뢰를 내비쳤고, 조범현 kt 감독은 "우리는 새 외국인 투수 마리몬"이라며 "지난 시즌 타자들이 김광현의 볼을 잘 쳤는데 올해도 우리 선수들을 믿겠다"고 했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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