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병헌(47)과 오달수(49)가 30일 나란히 개봉하는 영화 ‘미스컨덕트’와 ‘대배우’로 맞대결을 한다. 충무로 대표 배우의 할리우드 출연작과 조연 전담 배우의 첫 주연작이라는 화제가 대결을 더 뜨겁게 만들만한데 극장가는 조용하다.
28일 오후 영화진흥위원회의 실시간 예매율 집계에 따르면 ‘미스컨덕트’는 5%대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36%대), ‘주토피아’(11%대) ‘글로리데이’(5%대)에 이어 4위를 기록 중이다. ‘대배우’는 1%대로 19위에 머물러 있다. 두 영화의 예매율은 상영 중인 ‘배트맨 대 슈퍼맨’,‘주토피아’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국내 영화 팬들에게 연기력만큼은 인정을 받고 있는 두 배우의 작품이 예상보다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영화계에서는 “신인 감독들의 촘촘하지 못한 연출력과 식상한 캐릭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스컨덕트’는 공포영화 ‘그루지’ 시리즈의 제작자 출신으로 ‘데드 존’ ‘크리미널 마인드’ 등 다수의 TV시리즈의 각본을 담당한 시모사와 신타로의 감독 데뷔작이다. 수식이 불필요 한 할리우드 배우 알 파치노, 안소니 홉킨스를 캐스팅하는 행운을 잡은 시모사와 감독은 한국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보고 이병헌을 섭외했다. 세 배우의 조합만으로 한국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믿고 보는 영화”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영화는 딱 이 정도까지의 매력만 선사한다.
영화는 재벌기업인 한 제약회사의 회장 아서(안소니 홉킨스)의 내연녀 에밀리(말린 애커맨)가 옛 연인이던 변호사 벤(조쉬 더하멜)에게 회사의 비리가 담긴 파일을 건네면서 시작된다. 벤은 자신이 소속된 대형 로펌의 회장인 찰스(알 파치노)에게 제약회사의 비리 내용을 알리고 소송을 준비한다. 영화는 에밀리의 갑작스런 죽음과 함께 불법으로 자료를 수집해 혼란에 휩싸인 벤, 그런 남편을 의심하는 아내 등이 만들어낸 이야길의 실타래를 제대로 풀지 못한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이병헌이 왜 사건을 풀려고 하는지, 그가 어떻게 피를 토하는, 죽을 병에 걸렸는지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다. 시종일관 눈에 힘을 주고 어금니를 꽉 깨무는 ‘킬러 본능’의 이병헌만이 스크린을 채울 뿐이다. 감독은 약혼녀를 잔인하게 살해한 연쇄살인마를 잡으려고 냉혈한이 된 ‘악마를 보았다’의 수현(이병헌)을 ‘미스컨덕트’에 그대로 복제해 놓았다. ‘지.아이.조’ 1,2편과 ‘레드: 더 레전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등을 통해 반복 소비된 이병헌의 ‘킬러’ 이미지도 벗어나지 못한다.

첫 주연작이라는 표현만으로도 기대를 모았던 오달수의 ‘대배우’는 제목과 달리 배우가 아닌 박찬욱 감독에 대한 오마주라 할 수 있다. 영화는 20년 동안 연극 무대에서 배우로 활동한 장성필(오달수)이 영화계에 진출하는 과정을 박 감독을 연상시키는 인물과 박 감독의 작품 패러디로 채운다.
누가 봐도 박 감독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 깐느 박(이경영)이 영화 ‘악마의 피’(박 감독의 영화 ‘박쥐’를 패러디)에 조연급으로 출연할 ‘중고 신인’을 찾는 게 영화의 골자다. 영화는 박 감독의 성격이나 연출력 등을 친절하게 설명하는데 상영시간(108분)의 절반 이상을 할애한다. ‘대배우’가 첫 연출 데뷔작인 석민우 감독은 박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 ‘박쥐’의 조감독 출신이다.
장성필이 생활고에 힘겨워 하는 가족을 위해 같은 극단 출신의 영화계 스타 설강식(윤제문)을 납치한 뒤 영화에 출연시켜달라며 생떼를 부리는 장면은 아프기보다 억지에 가깝다. 실소를 자아낼 정도다.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 등 1,000만 관객들 잇달아 끌어 모은 오달수의 톡톡 튀는 연기보다는 박 감독을 연기한 이경영의 열연이 더 기억에 남는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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