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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비올라, 울림 많은 가야금과 잘 어울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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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비올라, 울림 많은 가야금과 잘 어울리죠"

입력
2016.03.2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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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출신 비올리스트 에르완 리샤씨가 22일 한국일보에서 인터뷰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프랑스 출신 비올리스트 에르완 리샤씨가 22일 한국일보에서 인터뷰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이번 공연에 연주할 곡은 뱃노래 주제에 의한 가야금 이중주”라고 벽안의 사내 에르완 리샤(39)씨가 핸드폰에 저장된 메모를 꺼내보며 띄엄띄엄 한국말을 했다. 다음달 19일 가야금 주자 한테라씨와 협연하게 될 프랑스 비올라 주자다. “주제와 변주를 가야금과 비올라가 서로 번갈아 가며 연주해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친숙한 ‘뱃노래’의 주제를 가야금이 주거니 받거니 흥겹게 변주해 가는 곡이다.

리샤 씨는 비올라 한 대로 지구를 누빈다. “제게는 서양 클래식도, 다른 민족음악도, 재즈도, 샹송도 똑 같아요.” 파리에서 태어나 음악영재 교육기관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음악 평등주의자다. “다섯살 때 바이올린에 빠져 열심히 했는데 정작 대학에서는 불문학을 전공했죠.” 그 무렵 2년 동안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병행하다, 풍성한 음색의 비올라에 끌렸다. “워낙 제 성격이 비올라와 닮았어요. 고음과 저음을 잘 조화하는 비올라처럼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죠.”

뒤늦게 음악원(콩세르바트와)에 입학, 17세기 작곡가로 비올라 다 감바(첼로 비슷한 고악기)를 위한 작품을 많이 남겼던 마린 마라이스에 빠져들었다. 이어 브람스, 드뷔시, 생상, 오펜바흐 등의 정규 클래식에서 집시 음악과 민족 음악 공부로 길을 넓히더니 한국 궁중음악(정악)에 흥미가 닿았다. 여기에 오기까지의 길은 길고도 풍성했다.

음악원 졸업 후 독일로 가서 구스타프 말러 청소년 오케스트라 입단했다. 거기서 창단자인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로부터 바그너의 작품들을 배웠다. “거의 말 없는 분이셨죠,”리샤씨는 1997년 이후에는 현대음악의 거장 피에르 불레즈와 꾸준히 녹음 등의 공동작업을 하고 있다. “무섭도록 예민한 귀를 가졌지만, 모든 연주자들과 교감하는 순수한 분이죠.” 이밖에 뮌헨에서는 로린 마젤, 마리스 얀손스 등 쟁쟁한 지휘자들과도 활동했단다.

2007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오케스트라의 비올라 수석으로 있다가, 강남대 비올라 교수로 초빙돼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2006년 유럽 연주에 나선 수원시향의 첼로 수석 박노을(39) 씨를 알게 돼 한창 관심을 키워가던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결국 부부가 된 둘은 지난 5일 딸 리나를 얻었다. “한국어로도, 불어로도 잘 어울리는 이름이죠?”라며 웃는다.

지난해 6월 예술의전당 풍류사랑방 무대에서 처음으로 국악기와 협연을 펼쳤다. 정주현 작곡의 ‘비올라와 가야금 합주를 위한 산조’를 리샤씨가 유려한 해석을 통해 국악의 격을 높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유연한 비올라와 울림 많은 가야금은 잘 어울리죠.”

지난해 5월 자신의 웹 사이트(www.erwanrichard.com)를 개설, 국악의 유럽 진출을 후원하고 있다.

한편 그와 협연할 가야금 주자 한테라씨는 최근 ‘영산회상’ 전바탕 독집(웹폴리뮤직)을 출시하고 23일 출범한 공식 웹사이트(www.terrahan.com)를 통해 무료 스트리밍 등의 서비스를 실시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리샤와 한테라의 듀엣은 4월 19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장병욱 편집위원 aj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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