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4세 경영’ 체제 막 올라
“재무구조 마무리 차질 없게 완수
면세점ㆍ연료전지 新성장동력으로”
두산가의 4세로 그룹 총수가 된 박정원 신임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공격적인 경영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실적 부진에 따른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두산그룹이 새 수장을 맞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박 회장은 28일 그룹 연수원인 강동구 길동 DLI연강원에서 취임식을 갖고 그룹 회장으로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그의 첫 번째 과제는 전임 박용만 회장 시절부터 진행해 온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성공적인 마무리다. 박 회장은 취임사에서 “지난해 강도 높은 재무 개선 작업으로 안정화 기반을 상당 부분 마련했다”며 “남은 작업도 차질 없이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올해로 창립 120주년을 맞는 두산의 역사에 또 다른 성장의 페이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라며 “두려움 없이 도전, 새로운 100년의 성장을 함께 만들어나가자”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연료전지 사업과 면세점을 지목했다. 그는 “세계 경영 환경이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도전하는 자에겐 기회가 열린다”며 “연료전지 사업을 글로벌 넘버원으로 키우고, 면세점 사업도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5월 면세점 개장을 앞두고 있는 두산은 사업비 595억원을 들여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빌딩을 면세점 매장으로 전환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현장을 중시하는 기업문화 구축을 강조한 박 회장은 “환경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에는 현장의 판단과 빠른 대응이 성패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현장에서 기회가 보이면 곧 바로 실행에 옮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산이 직면한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1조7,008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주력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건설경기 둔화로 실적이 악화, 지난해 20대 사원까지 희망퇴직 대상에 올려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최근 알짜 사업부인 공작기계 사업부문까지 1조1,300억원에 매각한 두산은 올해 하반기 우량 자회사인 밥캣의 국내 상장이 성공해야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다.
1896년 서울 종로에 포목점을 연 박승직 창업주의 증손자이자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 회장은 1985년 두산산업에 사원으로 입사한 뒤 30여 년 동안 오비맥주, 두산산업개발, 두산건설 등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지난달 25일 ㈜두산의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되면서 삼촌인 박용만 회장에 이어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 ‘은둔형 경영인’으로 그 동안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는 두산 베어스의 구단주로, 유명한 야구광이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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