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알파고
흑 이세돌
<장면 13> 이번 보의 수순은 이미 승부와 무관하다, 앞 장면의 마지막 수인 좌변 △가 모니터에 비치자 유창혁, 박정상, 백대현, 홍민표 등 당시 TV와 인터넷에서 이 바둑을 생중계하던 해설자들이 일제히 “흑이 도저히 7집 반의 덤을 낼 수 없을 것 같다.”며 알파고의 승리를 기정사실화 했다.
이세돌도 이를 모를 리 없건만 전혀 예상치 못한 자신의 패배에 마음을 추스르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는지 한참 동안 더 끝내기 수순을 진행하다 36에 이르러 결국 돌을 거뒀다. 186수 끝, 백 불계승.
이세돌의 첫 판 패배 소식에 전세계가 깜짝 놀랐다. 특히 이세돌의 압승을 장담했던 국내 바둑계는 거의 ‘멘붕’ 상태에 빠졌다. 1997년 IBM의 슈퍼컴퓨터 디퍼블루가 체스세계챔피언 카스파로프에게 4대2 승리를 거뒀지만 바둑은 워낙 경우의 수가 많아 인공지능이 아무리 빨리 발전한다 해도 10~20년 내에는 절대로 인간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 믿었는데 예상보다 엄청 빨리 ‘그날’이 도래한 것이다. 반면 구글 측은 환호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는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리며 자신들의 성과를 자축했다.
제1국에서 보여준 알파고의 실력은 예상을 훌쩍 뛰어 넘었다. 4개월 전 유럽챔피언 판후이와의 대국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초반 포석에서 중반 전투, 종반 끝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완전히 세계 정상급 수준이었다.
국후 이세돌도 “초반 전투에서 실패한 다음에는 내기 유리한 순간이 한 번도 없었다. 중뱐에 알파고가 느슨한 수를 두는 바람에 좌하귀에서 큰 이득을 봐서 격차를 좁혔지만 곧바로 우변에 침입 당해서는 도저히 역전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알파고의 바둑이 완벽한 건 아니다. 오늘 포석에서 실패했는데 이 점을 극복하면 다음 대국에서는 승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부터 5대5 승부가 아닌가 싶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박영철 객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