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삼성전자 등 경쟁사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며 주춤했던 LG전자가 마침내 놀랄 만한 물건을 선보였다. 오는 31일 출시되는 신형 프리미엄 스마트폰 'G5와 프렌즈'를 통해 반전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 위기의 LG전자, 모듈형 단말로 승부수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에서 LG전자는 약 4%로 5위에 머물렀다. 1, 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20%)와 애플(18%) 등 선두권과 격차가 벌어진 사이 화웨이(8%), 샤오미(5%)에도 자리를 내주며 자존심을 구겼다.
몇 년전만 해도 세계 3위 자리를 지켰던 LG전자는 중국 저가형 스마트폰의 공습 등 대내외적 환경의 영향으로 점차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로서의 명성을 잃어갔다. 이를 통해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MC(Mobile communication)사업부가 43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을 이어갔다.
LG전자의 위기설은 신형 프리미엄 스마트폰 G4와 V10을 연달아 발표했음에도 사그러들지 않았다. 한때 풍문으로 떠돌던 LG전자의 구글 피인수설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한 시점도 이때다.
그러나 LG전자는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6일 폐막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6'에서 신형 프리미엄 폰 G5를 공개하며 반전을 예고했다.

▲ LG전자 제공
먼 미래의 일로만 생각됐던 스마트폰 하드웨어의 분리·결합을 통해 혁신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은 것. 앞서 구글이 스마트폰의 부품을 직접 조립해 쓸 수 있는 '아라프로젝트(ARAproject)'를 발표한 적이 있지만, 실제 판매용 단말기로 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듈형 방식을 통해 각각의 모듈을 개별 구매해야 하지만, 한 가지 단말기로 취향에 맞는 기능을 특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 LG전자 제공
실제로 G5 공개 이후 외신들은 긍정적인 평가로 일관했다. 폰 아레나(Phone Arena)는 "G5는 플래그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급진적인 재발명"이라고 평가하며, "G5는 LG의 큰 도약에 방점을 찍었으며, 향후 안드로이드 경쟁에 좋은 징조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포브스(Forbes)는 "모듈 방식은 소비자가 원하는 착탈식 배터리뿐만 아니라 향후 스마트폰 확장성까지 제공하는 영리한 아이디어"라며 "LG는 이 스마트폰으로 큰 성공을 거둘 만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G5 매출이 잡히는 오는 2분기 MC 사업부 실적이 마케팅 비용의 증가 등으로 적자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전작 G4보다 판매량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그간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G5의 대대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돼 영업적자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기술 혁신을 이뤄낸 G5가 G4보다 연간 약 300만대 이상 많이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G5와 프렌즈'는 어떻게 구성됐나
출시를 앞둔 G5를 자세히 살펴보면, 디바이스끼리 결합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모듈 방식(Modular Type)' 디자인을 채택한 점이 눈에 띈다.
모듈 방식은 매직슬롯 디자인으로 사용자가 스마트폰 하단부에 위치한 기본 모듈을 서랍처럼 당겨서 분리 및 교체할 수 있다. 즉, 기본 단말기 G5와 모듈형 하드웨어 프렌즈를 쓰임새에 맞게 각각 결합하는 방식이다.
프렌즈는 총 8개로 구성됐으며 기능에 따라 카메라, 가상현실(VR), 음악감상 등 다양한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 G5와 프렌즈. LG전자 제공
LG 캠 플러스는 G5에 장착해 DSLR 카메라 그립감을 느낄 수 있는 모듈이다. 손 닿는 부분에 가죽 느낌의 패턴과 소프트 필 코팅을 적용했고 카메라 작동, 셔터, 녹화, 줌인앤아웃 등 별도의 물리 버튼을 탑재해, 일반 카메라 느낌을 살렸다.
가상현실 체험 기기인 LG 360 VR은 G5와 유선으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타 제품들이 스마트폰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것과 달리 유선 연결 방식을 채택했다. 때문에 착용 시 제품 무게가 118g(빛가리개 미포함)으로 타 제품과 비교해 가볍다. 인치당 픽셀수(ppi)는 639로 5인치 QHD 디스플레이(587ppi)보다 높아 선명한 화질을 자랑한다.
LG 하이파이 플러스 with B&O PLAY는 오디오 기업 뱅앤올룹슨(B&O)와 협업해 만든 32비트 '포터블 하이파이(휴대용 고음질) DAC(Digital to Analog Converter‧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 모듈로 일반 음원을 원음에 가까운 음질로 높여주는 기능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일반 스마트폰에서 들을 수 없는 384kHz의 고해상도 음원도 재생이 가능하다.
이 밖에 LG 360 캠(360도 카메라), LG 롤링봇(홈 모니터링 카메라), LG 톤 플러스(블루투스 헤드셋), H3 by B&O PLAY(프리미엄 하이엔드 이어폰), LG 스마트 콘트롤러(드론 조정 장치) 등 다양한 모듈이 공개돼 관심을 모았다.
기본 단말기의 성능도 전작인 G4보다 강화됐음을 알 수 있다. G5는 퀄컴의 최신 칩셋인 '스냅드래곤 820'을 적용했다. 이 칩셋은 전작 '810'에 비해 데이터 처리 속도가 2배 빠르고 소비 전력은 절반 수준이다. 그래픽 처리장치(GPU) 역시 전작 '430'보다 40% 빠른 데이터 처리 성능을 구현하는 '아드레노(Adreno) 530'을 탑재했다.

▲ G5의 멀티뷰 기능. LG전자 제공
후면 카메라의 경우 조리개 값 F1.8의 1,600만 화소와 더불어 135도 광각을 지원하는 800만 화소 카메라를 추가로 탑재해 전문가 수준의 촬영을 가능케 한다.
'퀵 차지 3.0' 기술을 도입해 충전 속도도 높였다. 이 기술은 배터리를 최대 용량의 80%까지 충전하는데 35분의 시간이 걸리는데 '퀵차지 2.0'과 비교해 27% 빨라진 속도다.
실제로 G5와 프렌즈를 경험해 본 고객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는 G5와 프렌즈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체험존 'LG 플레이그라운드(Playground)'를 지난 25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이어 26일 여의도 IFC와 삼성동 코엑스, 31일 판교·신촌 현대백화점 등에 설치해 순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 G5 체험전에서 조준호 LG전자 MC사업부 사장이 G5를 설명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IT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도 최근 신형 스마트폰을 출시했지만, 혁신성 면에서 LG전자를 따라오기에는 힘들어 보인다"며 "이러한 추세라면 지금껏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던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 판도를 뒤바꿀 가능성이 높다. 단순 LG전자의 점유율 상승을 넘어, 모듈을 개발하는 중소업체들도 반사이익을 받아 IT업계의 동반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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