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시후는 2003년 데뷔작 '반올림'에서 교복을 입었다. 13년이 흐른 지금 영화 '커터'에서 또 고등학생이 됐다. 극중 성매매 범죄에 휘말리는 전학생 윤재를 연기했다. 같은 교복이지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김시후는 여전히 조각 같은 비주얼로 교복을 소화했다. 김시후는 "3년 전 영화 '소녀'에서도 교복을 입었는데 그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과연 학생처럼 보일까 걱정했다. 아무래도 30대에 가까워져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머리 자르니 인물이 산다.
"제작보고회 때 찍힌 사진 때문에 주위에서 한 소리씩 들었다. 작품이 없을 땐 방치하는 편이라 그렇게 이상하게 보일 줄 몰랐다. (입금 전후가 다른 연예인인가?) 하하.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지 모르니까 무작정 기르고 보는 거다."
-윤재는 어떤 인물인가.
"연기 욕심이 났다. 윤재는 고위공무원의 혼외자라서 사회와 담을 쌓고 싶어 하는 친구다. 처음엔 줏대 없이 이끌리고 책임을 회피하는 행동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10대의 감정으론 그럴 수 있겠다하고 받아들였다."
-10대의 일탈이 거칠다.
"맞다. 고등학생 설정인데 맞술을 한다. 하하. 쉽지 않은 장면이었다. 한 번도 마셔본 적도 없으면서 센 척 하느라 술을 털어 넣었던 옛 기억을 떠올렸다. 실제 주량은 컨디션에 따라 차이가 심하다. 잘 마시는 날엔 끄떡없고, 안 받는 날엔 금방 취한다."
-굉장히 많이 맞더라.
"촬영하면서 '이렇게 맞다가는 정말 죽을 수도 있겠구나' 했다. 여름 교복이라 보호장비를 충분히 찰 수 없었다. 다음 날 샤워하는데 여기저기 멍이 들어있었다. 영화를 자세히 보면 맞기 전인데도 이미 상처가 난 걸 확인할 수 있다."
-잘생긴 얼굴에 상처 나면 어쩌나.
"액션은 합이다. 합이 잘 맞으면 다칠 위험도 없다. 오히려 혼자하다 다친다. 영화 '구타유발자' 할 때 나무가 튀어서 코뼈가 부러졌다. 뼛조각을 맞추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극중 세준(최태준)과의 우정이 참 복잡하다.
"윤재는 세준을 만나면서 보호받는 동시에 위험에 빠진다. 세준은 윤재에게 집착을 보일만큼 애정을 주는데, 윤재는 표현할 줄 모른다. 아무래도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보지 못해서 사랑을 주는 일에도 서툴렀던 것이 아닐까. 일찌감치 윤재를 이해해서 비교적 수월하게 연기했다."
-사랑도 있었다.
"짝사랑이라 아쉽다. 불안한 10대지만 그 속에서도 풋풋함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은영을 연기한 문가영은 실제로도 밝고 발랄한 친구다."
-사랑과 우정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10대 때였다면 우정이었을 테지만 지금의 나는 사랑을 택하겠다.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놓쳤다가는 또 언제 만날지 모른다. 어떻게 만난 인연인데 바보 같은 짓을 할 순 없다. 다만 임자 있는 사람은 제외다."
-보기와 다르게 굉장히 남자답다.
"액션을 비롯한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한다. 격투기 선수 생활을 잠깐 했다. 데뷔하면서 운동을 그만뒀더니 10kg 정도 살이 빠졌다. 생활이 바뀌고 예민해진 탓인지 더 이상 살이 안 찌더라."
-외모 때문에 역할 제한이 있겠다.
"방해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다만 들어오는 캐릭터가 한정적이라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친절한 금자씨' '구타유발자들' '써니' '소녀' '베테랑' '커터'까지 계속해서 나름대로 과감한 도전을 하고 있다. 앞으로 보여드릴 것이 더 많다."
-'베테랑' 이미지에 로맨스를 섞어도 좋을 것 같다.
"사투리에 로맨틱코미디라고? 괜찮을 것 같다. 지금까진 조금 소극적이고 주위를 맴도는 사랑을 보여드렸는데 앞으로는 더 다가가고 많이 표현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봄도 왔으니 달달한 로맨스를 하고 싶다."
-서른 살이 코앞인데 기분이 어떤가.
"주위에서 '남자는 서른부터야'하는 말을 들어서 그런지 기대가 된다. 20대 끝이라서 지금 뭔가 더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긍정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있다. 내 스스로의 변화는 없을 것 같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초심을 잃지 않겠다."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나.
"밤새는 건 자신 있다. 오전이 더 힘들다. 주로 고요한 새벽에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는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좋은 것 같다. 복잡한 새벽 감성들이 몰려올 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어렸을 땐 심각하게 받아들였는데 이젠 조절할 수 있다."
사진=이호형 기자(인터뷰), 임민환 기자(제작보고회)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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