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유로6 환경기준을 충족하는 폭스바겐의 신형엔진 탑재 차량에 대해서도 배출가스 조작 검증에 착수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폭스바겐 매장. 한국스포츠경제 DB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가 터진 지 약 6개월이 지났지만 여파는 아직도 식지 않고 있다.
신형엔진 차량에서도 배출가스 조작 정황이 발견돼 검찰이 본격 검증에 나섰다. 이미 조작이 확인된 구형엔진 차량의 리콜 계획서는 '알맹이'가 쏙 빠져 환경부로부터 다시 퇴짜를 맞았다. 믿을 수 없고 무성의한 폭스바겐의 행동에 소비자들이 다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폭스바겐을 상대로 집단 소송에 나선 한국 소비자들은 4,200명을 훌쩍 넘겼다.
● 골프 신형엔진 차량도 조작 정황…검찰 검증 착수
신형엔진을 장착한 폭스바겐 차량의 배출가스 조작 의심이 이어지자 검찰이 검증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최기식 부장검사)는 지난 21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경기 평택 사무소에서 압수한 아우디 A1과 A3, 폭스바겐 골프 등 신형엔진을 탑재한 3개 차종에 대해 배출가스 실험을 환경부 산하 교통환경연구소에 의뢰했다.
지난해 하반기 환경부가 EA189 구형엔진을 장착한 폭스바겐 티구안의 배출가스 조작을 확인했다. 그러나 당시 유로6 배출가스기준을 충족하는 EA288 신형엔진을 장착한 골프ㆍ제타ㆍ비틀ㆍ아우디A3 차량 등에 대해서는 조작을 확인하지 못했다.
미국에서 문제가 된 모델들도 구형엔진을 얹은 차량들이었다. 폭스바겐그룹은 그동안 "신형 EA288 엔진은 구형엔진과 구조가 다르다"며 신형엔진의 조작을 강력히 부인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신형엔진을 탑재한 차량들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끊이질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환경부의 실험에서 2.0ℓ 신형엔진을 장착한 골프 차량이 특정 운전 조건에서 유해 가스가 초과 배출된 정황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검증에 착수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번 검증 대상 차량은 모두 유로6를 충족하는 배기량 1.6ℓ의 신형엔진을 탑재했다. 검사는 인증시험 재검사, 실도로조건 시험, 임의설정 확인 등 3단계로 이뤄지며 결과는 한 달여 후쯤 나올 전망이다.
만약 신형엔진에서도 배출가스 조작이 확인되면 폭스바겐그룹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이에 따라 검증 결과에 벌써부터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 기술이 집약된 유로6 충족 엔진에서도 배출가스 조작이 확인되면 폭스바겐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전세계 폭스바겐 기관투자자 278곳이 배출가스 조작 사태 이후 하락한 주가를 이유로 33억유로(약 4조3,500억원)에 달하는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에 따른 막대한 보상비용까지 발생할 경우 그룹의 존립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폭스바겐 소송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바른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폭스바겐그룹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미국 연방지방법원은 최근 4월 21일까지 최종 합의안을 제출하라고 폭스바겐그룹에 명령했다. 이 때까지 최종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문제 차량 약 60만대에 대한 환불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고 바른 측은 설명했다.
● 핵심 빠진 리콜 계획에 소비자들 다시 분통
신형엔진을 장착한 폭스바겐 차량들에 대한 검증 절차가 시작된 가운데 폭스바겐의 불성실한 리콜 계획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환경부는 최근 폭스바겐의 국내법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제출한 2차 리콜 계획서가 불성실하다며 반려했다. 배출가스 조작 사항을 명시하지 않았고 이를 고치기 위한 소프트웨어도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폭스바겐은 독일 본사에서 소프트웨어를 아직 완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폭스바겐은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도 부실한 리콜 계획서를 제출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당시에도 폭스바겐은 결함원인에 대해 단 두 줄만을 적어내는 등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은 "폭스바겐이 한국 소비자들을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드러났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폭스바겐의 리콜 계획은 승인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비자는 "한국에서 하는 짓 보면 다 알 수 있다"며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나 몰라라' 식의 리콜 계획을 제출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폭스바겐이 다시 한번 결함원인과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등 핵심사항을 빠뜨린 상태로 리콜 계획서를 제출할 경우 아예 리콜 계획 자체를 '불승인'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폭스바겐은 리콜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한편, 법무법인 바른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폭스바겐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4,289명에 달한다.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하종선 변호사는 "한국 내 집단소송은 현재 독일본사 등에 국제송달 중에 있으며 미국집단소송에서 보상안이 나오면 한국 이를 한국소비자에게도 적용시키도록 노력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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