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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구호까지…' 극우 훌리건 폭력에 얼룩진 브뤼셀 추모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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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구호까지…' 극우 훌리건 폭력에 얼룩진 브뤼셀 추모광장

입력
2016.03.2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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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명의 목숨을 앗아간 브뤼셀 테러가 발생한 지 닷새가 지난 27일(현지시간) 브뤼셀 시내 부르즈 광장 바닥에 시민들이 헌화한 꽃다발과 초들이 끝없이 놓여있다. AFP
31명의 목숨을 앗아간 브뤼셀 테러가 발생한 지 닷새가 지난 27일(현지시간) 브뤼셀 시내 부르즈 광장 바닥에 시민들이 헌화한 꽃다발과 초들이 끝없이 놓여있다. AFP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27일(현지시간) 극우파 훌리건 수백 명이 테러 희생자 추모 광장에 몰려들어 난동을 피웠다.

일부 스킨헤드족은 나치식 경례와 구호를 외치고 광장에 모인 시민 가운데 아랍계를 위협하다 물대포를 동원한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이날 오후 350∼450여명의 훌리건들이 갑자기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내 증권거래소 앞 부르즈 광장으로 몰려들어 소동을 일으켰다고 벨기에 공영 VRT 방송이 보도했다.

벨기에의 몇몇 축구클럽의 극렬 팬으로 보이는 이들은 브뤼셀 테러 배후인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규탄 구호를 외쳤다.

이들 중 일부는 욕설이 섞인 IS 반대 손팻말을 들고 광장에 난입해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놓은 꽃과 촛불, 깃발 등을 짓밟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훌리건 가운데 극우 스킨헤드족도 상당수 섞여 있었으며 이들은 나치식 경례를 하고 나치 구호를 부르짖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또 광장에 모인 추모객들 가운데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이나 아랍계 등 비(非)백인 청소년들을 위협했다.

서부 도시 겐트에서 온 훌리건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마리오'라는 남성은 "초와 꽃 따위는 필요 없다. 이 나라에 광신도들이 넘쳐나는 데 대해 우리는 정부의 답변을 원한다"고 말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경찰은 물대포를 쏘며 이들을 해산한 뒤 광장 출입을 봉쇄하고 훌리건 1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또 이 과정에서 경찰관 2명이 다쳤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티안 데 코닉 브뤼셀 경찰국장은 "여러 축구팀에서 모인 훌리건 340명 정도가 몰려왔으며, 당시 광장에 희생자를 추모하러 나온 가족과 어린이들이 많아 진압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벨기에 정부와 브뤼셀 시 당국은 훌리건들의 난동을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부르즈 광장의 평화적인 추모 대열을 방해한 시위대의 행위는 매우 부적절하다. 그들이 벌인 난동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반 마이에르 브뤼셀 시장도 광장에 난입한 훌리건들을 두고 "불량배들"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이날 브뤼셀 시내에서는 희생자를 추모하고 테러 반대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집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정부의 요청으로 취소됐다.

시위를 조직한 단체 '두려움에 대항하는 행진'은 정부의 우려를 이해하며 무엇보다 시민의 안전을 우선해야 하므로 예정된 시위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얀 얌본 내무장관과 마이에르 브뤼셀 시장은 시위 군중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경찰력이 부족하다며 시위를 몇 주 연기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훌리건들은 시위가 취소됐는데도 시위 예정 장소인 광장으로 몰려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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