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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 좇다가… 뉴타운 구역 25% 삽 한 번 못떴다

입력
2016.03.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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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너도나도 공약 추진하다 과다지정

해체지 노후 건물로 가득

남은 157곳 중 15곳만 착공 상태

조합과 비대위 주민 곳곳서 충돌

뉴타운이 지정되기 전만 해도 값 싼 전세 매물이 많았던 서울 성북구 장위동 일대도 이젠 고가의 빌라가 들어서고 있다.
뉴타운이 지정되기 전만 해도 값 싼 전세 매물이 많았던 서울 성북구 장위동 일대도 이젠 고가의 빌라가 들어서고 있다.

‘1,010만㎡ 대 2,380만㎡.’

1973~2002년 서울지역에서 주택 재정비 사업이 완료된 면적과 2002~2006년 뉴타운으로 지정된 면적을 비교한 수치다. 30년간 재정비가 진행된 면적의 2.4배가 단 5년만에 재정비 면적으로 지정된 것이다. 애당초 소화가 불가능한 물량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13년부터 해제가 잇따르는 등 뉴타운이 골칫거리로 전략한 것은 이런 무리한 지구 지정에서 비롯됐다.

정치권ㆍ지자체 욕심에 ‘과다’지정… 이젠 슬럼화까지 걱정해야

뉴타운은 서울의 노후 불량 주택 밀집 지역을 재개발하는 동시에 도로ㆍ공원ㆍ학교 등 기반시설을 확충할 목적으로 2002년 3개소(은평, 길음, 왕십리) 지정으로 출발했다. 이듬해 이들 지역 땅값과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각 지역 주민들의 뉴타운 지정 요청이 쇄도했다. 2004년 총선, 그리고 2006년 지방선거에서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뉴타운 공약을 내걸면서 ‘뉴타운 공약 = 당선’이라는 얘기까지 파다했을 정도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뉴타운 50곳 추가 지정 공약을 앞세워 서울시장 자리에 올랐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정비 면적이 지역적 특색을 감안할 수 없을 정도로 비대해졌다”며 “타당성 검토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다지정은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뉴타운이 마지막으로 지정(2006년 10월)된 후 7년이 지난 2013년 10월 창신숭인 지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24.8% 구역이 삽 한번 떠보지 못하고 해제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뉴타운 지정이 속출하면서 서울 내 땅 값이 급속도로 오른데다, 멀쩡한 주거단지까지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다 보니 보상금액이 높아져 사업성이 급격히 떨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해제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은 슬럼화다.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뉴타운재개발 해제지역의 실태조사 분석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해제지 건물의 75%가 1,2층 단독주택으로, 이중 30년 이상 경과된 노후ㆍ불량 건축물 비율이 83%에 달한다. 가뜩이나 낡은 주택들이 지난 10여년동안 개발예정지라는 이유로 수리 한번 못하다 보니 급격히 노후화된 것이다. 기본적인 도로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도 상당수다. 정남종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협소도로가 많아 차량통행이나 보행환경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구역 내 생활편익시설을 확충할만한 절대 부지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세입자 쫓아내더니… “뉴타운 서울 전세난 주범”

그렇다면 아직까지 해제가 이뤄지지 않은 나머지 지역에선 뉴타운 개발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을까. 현재 뉴타운 사업구역 중 완료가 된 곳은 40개 구역. 전체 지정구역의 15%에 불과하다. 남은 157개 구역 중에서 단 15곳에서만 공사 착공에 들어갔을 뿐 ▦사업추진 주체 없이 구역지정만 된 구역 22곳 ▦조합 설립 전 단계인 추진위 구성 27곳 ▦조합설립 38곳 ▦사업시행인가 36곳 ▦관리처분계획인가 19곳 등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고 있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상당수 지역에선 주민간 반목까지 일어나고 있다. “반드시 뉴타운이 진행돼야 한다”는 조합 구성원과 “해제해야 한다”는 주민들이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가 맞붙고 있다. 성북구 한 뉴타운 구역 비대위 관계자는 “무리하게 추진해봤자 부담금만 높아져 실제 주민들이 살지 못하게 되는데, 굳이 뉴타운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합과 비대위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다 보니 서울시장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도 현재 6건이나 진행되고 있다. 이 중 절반이 뉴타운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비대위 주민들이 낸 것이다. 서울시가 내달부터 직권으로 뉴타운을 해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간 갈등이 행정소송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며 “사업시행, 조합인가 등의 허가권을 가진 구청에는 이런 소송이 엄청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ㆍ사진=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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