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동성 간 입맞춤 장면이 담긴 웹드라마를 유통시킨 인터넷 업체에 ‘자율 규제’ 권고를 내렸다. 방심위가 웹드라마를 심의한 것은 처음이다.
2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22일 통신심의소위원회에서 여성끼리 키스하는 장면이 포함된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과 관련, 이를 제공한 네이버에 자율 규제 권고를 의결했다. 노골적인 키스 장면 등은 성적 호기심과 모방 심리를 부추길 수 있으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했다’는 게 이유였다. 키스 장면은 다른 웹 콘텐츠에도 흔히 등장하는 점을 감안하면 방심위가 문제 삼은 것은 사실상 동성 간 키스인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를 통해 시청하는 웹드라마는 성격상 방송 프로그램이지만 네이버, 카카오, 구글 같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를 통해 유통된다. 때문에 심의의 법적 근거를 방송 또는 통신에 둘 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 그 동안 심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해당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고가 잇따르자 일단 통신 심의 기준에 따라 의결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심의의 기준과 결정 내용이 너무 모호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동성애 콘텐츠를 문제 삼은 것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란 비판도 적잖다. 현행법상 동성애 관련 콘텐츠는 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동성애는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에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돼 있었으나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헌법상 평등권,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제외할 것을 권고하며 2004년 시행령에서 삭제됐다.
또 방심위는 인터넷 콘텐츠가 유해하다고 판단될 경우 삭제ㆍ이용정지ㆍ접속차단 등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는데, 이번 자율 규제 권고는 ‘그 밖에 필요한 결정’이라는 추상적 조항을 근거로 삼았다. 한 인터넷 업체 관계자는 “동영상 서비스 업체 대부분이 자체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지만 자율적 잣대로 콘텐츠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며 “웹 콘텐츠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마련하는 등 제도권 수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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