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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주춤하더니… 총선 국면 틈타 낙하산 금융권 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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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주춤하더니… 총선 국면 틈타 낙하산 금융권 투하

입력
2016.03.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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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은 낙하산

최근 금융사 주총서 자리 꿰차

퇴직 후 3년 지나 ‘윤리법’ 비켜가

- 정면돌파 낙하산

‘윤리위 심의 통과 땐 재취업’ 활용

직전 금융권 있었어도 치고 들어와

- 정피아 위해 비워두기

총선 이후까지 감사 등 공석 유지

금융권 뒤숭숭… 불만 터져나와

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자윤리법 강화로 잠시 주춤했던 ‘금피아(금융감독원+마피아)’ ‘모피아(경제관료+마피아)’ 낙하산이 다시 금융권 곳곳에 투하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을 교묘히 비껴가는가 하면 아예 정면 돌파를 하기도 하고, 낙하산을 위한 자리를 새로 만들거나 비워두라고 공공연히 압박을 하기도 한다. 총선 이후에는 ‘정피아(정치권+마피아)’까지 줄줄이 입성할 거라는 소문마저 돌면서 금융권은 뒤숭숭한 상황이다. 방패막이가 필요한 금융사들로선 거부할 수 없는 독배이지만, “낙하산이 이렇게 판을 치는데 어떻게 금융개혁이 가능하겠느냐”는 볼 멘 소리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묵은 낙하산’ 곳곳 투하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줄줄이 열린 금융회사 정기 주주총회에서 금피아 낙하산들이 무더기로 입성했다. 현대해상화재는 지난 25일 주총에서 성인석 전 금융감독원 손해보험검사국장을 9개월여 공석이었던 감사자리에 앉혔고, 앞서 11일 삼성화재도 오수상 전 금감원 손해보험서비스국장을 감사로 뽑았다. 성 전 국장은 2011년 금감원을 퇴직한 뒤 그린손해보험의 기업개선 대표 관리인에 이어 MG손해보험 부사장을 지냈고, 오 전 국장도 금감원을 떠나 2012년부터 작년 9월까지 생명보험협회 부회장을 지냈다. 두 사람 모두 퇴직 후 3년이 지났다. 공직자윤리법 상 ‘취업제한규정’(퇴직 전 5년 동안 일했던 부서와 연관이 있는 기관에 3년간 취업금지)을 적용 받지 않는 ‘묵은 낙하산’들이다. 특히 성 감사의 경우 과거 MG손해보험으로 옮길 당시 공직자윤리법 위반이 논란이 돼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임했던 인물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여전히 연결고리가 있는 금피아들은 어떻게든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취업제한기간 정면 돌파

반면 취업제한규정에 걸려도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면 재취업이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해 ‘정면돌파’ 하는 낙하산들도 적지 않다. 은행연합회 전무 자리를 노리는 김형돈 전 조세심판원장은 지난 1월 심의에서 조세 업무가 은행 업무와 연관된다는 판정에 따라 공직자윤리위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또다시 구제를 요청해 지난 25일 두 번째 심사를 받았다. 정헌호 금감원 홍콩주재원 실장은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심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23일 신한금융투자 주총에서 신임 감사로 선임됐다. 그에 대한 공직자윤리위 심사는 이틀 뒤인 25일 진행됐다. 김 전 원장과 정 실장에 대한 심사 결과는 28일 통보될 것으로 알려졌다.

장병용 전 금감원 저축은행감독국장과 임병순 전 금융중심지지원센터 실장은 지난달 공직자윤리위의 심의를 통과, 각각 신협중앙회 이사(검사ㆍ감독 담당)와 롯데카드 감사로 선임됐다. 이들 모두 이직 직전까지 금융당국에 몸을 담았지만, 공직자윤리위는 “업무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낙하산 투하 위한 자리 신설ㆍ교체

정부는 2014년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하면서 관료 출신이 민간 기업이나 협회로 이직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했다. 금융위원회도 금융권에 만연한 낙하산 관행을 막기 위해 각종 금융협회 부회장직을 없애는 방향의 규정을 마련했다. 2인자의 필요성이 들끓자 대신 전무직을 신설해 협회 내부 출신을 선임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그러나 최근 결과는 금융위 권고와는 전혀 다르다.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는 각각 작년 1월과 작년 9월 부회장들이 물러난 뒤 아직까지 전무를 선임하지 못했다. 이 자리엔 현직 금감원 국장과 금융위 과장 등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그간 관피아가 나눠먹기 했던 자리를 막상 민간에 넘겨주려니 아까운 것”이라며 “내부 승진시키겠다는 취지는 이미 유명무실해졌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 고위관계자가 최근 모 보험사 두 곳에 감사들을 교체하라는 은밀한 압박을 한 것으로 안다”며 “당국 인사철과 맞물려 제 식구 챙겨주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선 후 정피아 자리 비워두기

현재 공석인 신용보증기금 감사에는 금융위 국장급 출신이 내정됐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결국 무산됐다. 1년 넘게 자리가 비어 있는 KB국민은행 감사 자리에도 금감원 임원 출신 내정설이 파다했지만 실행되지 않았다. 겉으로만 보면 낙하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꼬리 내리기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한 켠에서는 총선 이후 자리를 챙겨주기 위한 의도적인 공석이라는 얘기들이 흘러나온다. 한국예탁결제원의 경우 정경모 상임감사가 지난 1월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의를 표하자 시한부 감사인 ‘일시감사’를 선임했다. 예결원 감사 임기는 원래 2년이지만 일시감사의 임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언제든 교체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권 고위 인사는 “현재 비어있거나 전임자의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권 자리는 총선 이후까지 비워두라는 윗선의 언질이 있었다”며 “관피아와 정피아가 현 정부 임기 후반기 금융권 전반으로 줄줄이 밀려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5일 기술보증기금 상임이사에 한나라당 부산시당 사무처장 출신 유기현씨가 선임된 것이 그 신호탄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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