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3월 28일
지난 3월 셋째 토요일(19일) 밤 8:30~9:30 사이 열린‘지구의 시간(Earth Hour)’ 행사는 에너지 과소비가 초래한(할) 기후 재앙 등을 환기하는 성공적인 환경 캠페인의 하나로 꼽힌다. 세계 주요 도시들이 조명을 끔으로써 적으나마 에너지 절감의 가시적 성과를 얻고, 아무나 큰 수고나 희생 없이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할 수 있고, 어둠의 한 시간 동안 에너지와 삶과 환경을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지구의 시간’아이디어는 2006년 세계자연기금(WWF) 호주 지부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한 홍보 회사와 기획 회의를 하면서 나왔다고 한다. 당시 시드니 시장이던 클로버 무어가 적극 동조했고, 이듬해인 2007년 3월 31일 밤 첫 행사가 열렸다. 어둠에 잠긴 시드니의 낯선 풍경, 어둠 속 실루엣으로만 드러난 바다와 항구와 오페라하우스의 숫저운 자태에 세계는 생각에 잠겼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그 해 10월 ‘Lights Out’이라는 이름으로 시드니의 행사를 재현했고, WWF는 그 행사를 명실공히 지구의 행사로 정례화한다. 한국은 2009년 3월 28일 행사 때부터 동참했다. 참가 도시와 시민 단체 기업이 늘어나면서 행사 내용도 풍성해졌다. 구글 캐나다가 2008년 홈페이지의 ‘불을 껐고(darkened, 바탕을 까맣게 했다는 의미)’, 20아프리카 우간다는 2013년 SC우간다 은행과 함께 2,700ha의 황무지를 숲으로 가꾸는 사업을 시작했다.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진행되던 행사는 2013년부터 마지막 전 주 토요일로 옮겨졌다. WWF에 따르면 올해 행사에는 178개국이 동참했다.
비판도 있다. 전기가 20세기 인간 해방에 기여한 바는 무시한 채 악마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하는 이들도 있고, 1년 중 단 한 시간의 이벤트로 환경을 위해 뭔가를 했다는 자족적 만족에 젖게 하는 쇼일 뿐이라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행사가 끝난 뒤 에너지 소비와 탄소배출량이 줄지는 않는다. 태양열 등 다른 재생에너지의 생산ㆍ소비 비용이 화석에너지보다 저렴해진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탄소를 배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에너지의 소비의 주범인 대규모 산업시설들의 문제를 시민 일반의 문제와 섞어 물타기 하는 행사라는 비판도 있다. 한국의 에너지정책당국과 에너지관리공단이 여름철 가정과 관공서 에어컨 사용 자제 캠페인을 벌이는 게 그 예다. 전체 전력소비량의 절반 이상인 산업용 전기를 싸게 공급할 게 아니라, 적정하게 인상해서 전력소비설비 및 시스템을 개선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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