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난해 한미약품이 이뤄낸 8조원 규모의 신약 수출로 국내 제약업계의 기술력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토종 제약사 3곳이 지난해 처음으로 동시 연 매출 1조원을 넘기면서 우리 제약업계는 ‘만년 영세 산업’이라는 불명예도 털어냈다. 올해를 성장 원년으로 삼은 우리 제약사들의 경쟁력을 점검하고 미래 청사진을 그려본다.
<1>한미약품
조용히 키워온 신약 개발 기술력을 지난해 유감없이 보여준 한미약품은 올해 연구개발(R&D) 보폭을 더욱 넓힐 계획이다. 지난 10여년 간 뚝심으로 고집해온 ‘한국형 R&D’에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결합, 당뇨병과 비만, 항암, 자가면역 분야뿐 아니라 안 질환과 인공항체 치료 부문에서도 독창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지금까지 사노피와 릴리, 얀센, 베링거인겔하임 등 유명 다국적제약기업에 한미약품이 수출한 신약 기술은 모두 자체 R&D 성과물이었다. 지난 15년간 생물의약품(생체에서 유래한 물질로 만든 의약품)과 표적항암제(특정 물질에 대해 작용하는 암 치료약) 등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 9,000억원대의 대규모 투자를 집중한 결과가 빛을 본 것이다.
이제 한미약품은 외부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외부의 유망한 물질을 도입, 함께 개발해나가는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R&D 전략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한미약품은 오랜 기간의 R&D 경험을 통해 신약 개발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를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권세창 한미약품 부사장은 “학계와 연구기관, 벤처기업, 글로벌 제약기업 등과의 협력을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은 R&D 효율을 높여 신약개발 가능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줄이는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일환으로 한미약품은 최근 미국 안질환 분야 벤처기업 알레그로에 2,000만달러(약 216억원)를 투자하고 알레그로가 개발 중인 망막질환 신약 ‘루미네이트’의 한국과 중국 시장 개발ㆍ판매권을 획득했다. 루미네이트는 안구 안에 비정상적인 혈관이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치료제로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어 한미약품은 국내 생명공학 벤처기업 레퓨젠과도 협약을 맺고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양사가 개발하는 기술은 인공항체 ‘리피바디’이다. 세균을 비롯 외부 물질이 체내에 침입했을 때 면역작용을 하는 항체는 생물의약품의 주요 원료인데, 구조 변경이나 생산 공정 등이 까다로워 제품화에 어려움이 많다. 리피바디는 일부 동물에서 발견된 단백질이 항체가 아닌데도 면역작용을 한다는 점에 착안, 이를 항체의약품의 원료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한미약품은 리피바디 기반 기술이 확립되는 대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권 부사장은 “앞으로 R&D 역량 강화를 위한 제약기업과 생명공학 벤처기업 간 합종연횡이 잇따를 것”이라며 “한미약품의 오픈 이노베이션 행보가 국내 시장에 건강한 신약개발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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