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북자 출신 세계챔피언 최현미(26)가 세계 최초의 동굴 복싱 매치에서 3차 방어에 성공했다.
최현미는 27일 광명동굴 예술의 전당 특설링에서 열린 세계복싱협회(WBA) 여자 슈퍼페더급(58.97㎏급) 타이틀 3차 방어전에서 도전자 다이애나 아얄라(25ㆍ콜롬비아)를 심판전원 일치 3-0(10점차 2명ㆍ8점차 1명) 판정승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최현미의 통산 전적은 13전 12승(5KO) 1무가 됐다. 최현미는 2015년 5월 23일 일본의 지카 미즈타니(23)를 10라운드 심판 전원일치 판정으로 누르고 2차 방어전에 성공했고 이날 아얄라(35전 19승 13KO 12패 4무)도 꺾었다. 12시간의 시차를 넘어 광명동굴까지 날아온 아얄라는 4연승이 끊겼다.
최현미는 남녀 통틀어 WBA나 세계복싱평의회(WBC) 유일의 국내 세계 챔피언 명맥을 이어갔다. 최현미는 지난 2013년 5월 페더급 타이틀 7차 방어를 한 뒤 이를 반납하고 슈퍼페더급으로 체급을 바꿔 3차 방어까지 성공했다.
이날 2분 10라운드 타이틀 매치에서 키 165cm의 아얄라는 초반부터 큰 펀치에 의한 한방을 노렸지만 172cm의 최현미는 원거리에서 왼손 잽을 적절히 활용하며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해갔다. 2라운드 후반 이후 공격을 몰아친 최현미는 시종일관 경기를 주도하며 유효타를 꾸준히 쌓아 무난하게 판정승을 거뒀다. 아얄라는 아웃복싱으로 나온 최현미를 잡기 위해 복부 공격으로 일관했으나 끝내 신장과 리치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경기 광명시가 유치해 후원한 이날 타이틀 매치는 동굴이라는 이색적인 환경에서 열려 눈길을 끌었다. 복싱 경기가 동굴에서 열리기는 이번이 세계 최초다.
동굴이라고 해서 밀폐된 공간은 아니다. 바람구멍이 3~4군데 뚫려 있어 선수들은 산소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실내 온도 역시 평소 다소 한기를 느낄 만한 연평균 12도를 유지한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경기 뒤 최현미는 이색 장소에 대해 “동굴에 들어와 보니 신비롭고 이런 곳에서 세계 최초로 경기를 해 남다르고 색다르고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kem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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