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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예술, 섬세함으로 승부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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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예술, 섬세함으로 승부할 터’

입력
2016.03.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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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개선, 자립 활동 등 도시재생 도움 주고, 젊은 건축가 기회 제공”

“사용자 실용성 있게 건축하되 조형적으로 잘 푸는 것 건축가의 몫”

손숙희 부산건축가협회장. 전혜원기자 iamjhw@hankookilbo.com
손숙희 부산건축가협회장. 전혜원기자 iamjhw@hankookilbo.com

부산건축가협회는 지난달 25일 의미 있는 변화를 맞았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여성회장이 탄생한 것이다. 손숙희(51) 수가건축사무소 소장은 이날 제28대 부산건축가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산하의 건축가협회는 건축을 예술이라고 생각하고 좋은 건축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다. 예술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전국을 통틀어 여성회장이 나온 적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산건축가협회의 경우 남성회원이 90%를 웃돌아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손 회장의 강점은 적극적인 협회활동과 특유의 섬세한 안목이다. 그를 만나 부산건축가협회장 당선 소감과 향후 발전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최초의 여성협회장이 됐다

“직업특성상 과거에는 여성비율이 낮았지만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부산건축가협회 등록인원을 보면 전체 850여 회원 중 여성회원은 50명 정도다. 등록하지 않은 건축사를 포함해도 여성의 비율은 10%가 안 된다. 이는 과거 분위기와도 관련이 있는데 제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대학교 건축과 건물에 여자화장실이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남성의 전공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성별에 따른 어려움이 거의 없고 여성 스스로도 사회적인 불신을 타파하려고 자격증을 따거나 건축분야 경험을 쌓고 각종 대회에서 수상하고 있다. 부산건축가협회는 여성협회장이라고 해서 특별한 뭔가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협회가 원한 방향을 잘 이해하는 섬세한 안목을 갖춘 협회장을 뽑았다고 생각한다.”

-건축사와 건축가, 그리고 건축가협회

“건축사는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다. 건축가는 자격증 유무에 상관없이 건축사사무소와 학교에서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건축가협회는 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산하에 있다 보니 시공이나 공학보다는 디자인 계열과 작품성 있는 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다. 건축관련 활동에 더해 봉사활동 개념으로 학생을 위한 공모전과 초ㆍ중ㆍ고교생들을 위한 ‘꿈다락 토요건축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는 부산에 살고 있는 학생들을 위한 것으로 올해는 5월쯤 학생들을 모집해 운영할 계획이다. 보통 초등반, 중등반, 고등반 3개로 운영되는데 지난해에는 초등학생 신청자가 많아 초등반을 2개로 운영했다. 이밖에 건축가협회는 회원들을 위해 중국과 일본과 교류, 다른 나라의 작품을 보기도 하고 우리 회원의 작품을 전시해 외국에 알리는 역할도 한다.”

-건축가협회장으로서 관심 있는 분야는

“임기가 2년이다. 최근 부산시는 도시재생에 힘을 쏟고 있다. 과거에는 주거환경개선 사업으로 약간의 리모델링을 가하는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재생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환경 개선과 자립 활동까지 포함시켰다. 건축가협회에는 건축교수와 건축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있다. 특정업체가 하나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과 비교해 건축가협회는 여러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어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이는 젊은 건축가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능력은 있지만 기회가 적은 젊은 건축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다. 시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각 구청의 사업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구청에 가보면 누구와 의논해야 할지 모르는 부분들이 있다. 또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건축가연맹(UIA)에서 역할을 맡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부산의 건축과 건축가를 소개하거나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일부 포럼을 부산에서 할 수도 있다. 부산에는 영화의 전당과 누리마루 등 인프라가 많다.”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회원들이 좋은 건축을 하도록 돕고 싶다. 좋은 건축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연,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이 좋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부산의 경우 산과 바다, 도로와 건축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동시에 사용자가 실용성을 느낄 수 있게 건축하되 이를 조형적으로 잘 푸는 것은 건축가의 몫이다. 유관단체와의 협력도 중요하다. 부산에서는 건축가협회와 건축사협회, 건축학회 등 3개의 단체가 모여 매년 국제건축문화제를 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시카고에서 진행된 특별전도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단체들의 활발한 교류는 시의 도시발전 차원에서도 이익이 된다. 부산시 건축위원회는 각 단체의 추천을 받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건축물 심의에도 참석하고 있다.”

◆손숙희 부산건축가협회장은

부산대 건축공학과와 경성대 대학원 응용미술학과 석사과정을 거쳐 부산대 건축계획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부산다운건축상 대상(2011), 부산예총 젊은 예술가상(2014), 부산다운건축상 은상(2015)을 수상했고 주요 건축물로는 아미산전망대, 부산시건설기술교육원, 송도해양레포츠센터 등이 있다. 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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