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새누리당의 4ㆍ13 총선 공천 파동을 조선시대 사화(士禍)에 빗대 비판하며 “이미 사당(私黨)화된 새누리당으로 (의장 퇴임 후) 돌아갈 생각이 사라졌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이계인 정 의장은 친이계와 비박계가 대거 탈락한 당 공천을 거칠게 비판하며 의장 퇴임 후 새로운 정치세력을 규합해 독자 행보에 나설 뜻도 시사했다.
27일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정 의장은 최근 일부 기자들을 만나 새누리당 공천에 대해 “정당민주주의를 이런 식으로 깔아뭉개는 정당에 들어가서 과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나 하는 무력감을 느낀다”며 “이런 정당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 의장은 새누리당 공천에 대해 “이는 공천이 아니라 ‘악랄한 사천(私薦)’이며, 비민주적인 정치 숙청에 다름없다”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모두 날려버리는 조선시대의 사화와 같은 꼴”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보여주는 정체성이라면 나라가 밝지 않다”며 “새로운 정치판을 만들고 싶다. 괜찮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정치 결사체를 만들어볼 것”이라고 했다.
국회의장 퇴임 후 정계은퇴 수순을 밟는 관행과 달리, 정 의장은 총선 이후 정계 재편을 염두에 두고 모종의 역할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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