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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례없는 깜깜이 선거, 유권자 역량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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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례없는 깜깜이 선거, 유권자 역량이 요구된다

입력
2016.03.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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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이 유례 없는 깜깜이 선거가 될 전망이다. 여야 후보가 지난주 말 가까스로 확정됐고, 벌써 가동됐어야 할 여야의 선거대책위원회도 이번 주초에나 출범한다. 지금까지 나온 공약도 유권자의 눈길을 끌지 못하고 있다. 후보자나 정당의 정책공약에 대해 알지 못하는 유권자가 태반이고, 역대 최악의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란 예상이 벌써 나돈다.

어느 정도 예견됐거나, 의도된 일이다. 늦어도 지난해 말까지는 끝났어야 할 선거구획정이 여야의 묵시적 담합과 정쟁의 결과, 지난달 말에야 겨우 매듭됐다. 정치신인들의 예비 선거운동이 크게 제약을 받았지만 여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더욱이 마땅한 잣대도 찾아볼 수 없는 공천에 따른 반발과 혼란이 후보 등록 마지막 날에야 끝날 정도로 늑장 공천이 이뤄졌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표심을 자극하고, 미래를 가늠할 정당의 정책공약 개발은 뒷전으로 밀렸다. 흐릿한 얼개만 보일 뿐 구체성은 띠지 못했다. ‘경제 심판론’이니, ‘야당 심판론’이니 하는 선거프레임은 나왔지만, 체계적 논리나 진지한 고민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 수준으로는 검증할 가치도 없다는 평가가 무성하다. 지역구에서의 공약도 지방자치단체의 계획을 재탕하거나 이에 반대하는 내용 일색이라고 한다. 이런 때묻은 정책 공약으로 표를 얻고자 한다면 이만저만한 몰염치가 아니다.

후보자 자질에도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계파 패권ㆍ지분 싸움으로 변질된 공천심사 과정이 도덕성이나 품위, 정치적 능력, 전문성 같은 기본 자질에 대한 검증에 충실하기는 애초에 어려웠다. 한국메니페스토 실천본부 조사에 따르면 19대 의원의 공약 이행률은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의원 절반 이상의 물갈이를 원한다는 유권자 여론조사도 있었다. 그런데도 여야 현역의원 공천은 70% 안팎이다. 교체 비율이 절반에 육박했던 19대 때보다 훨씬 높다. 지난 선거 과정에 터무니 없는 공약만 남발하고 지키지 않은 채 20대 선거에 나선 의원들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은 정치의 변화와 혁신이 자정 능력을 상실한 정치권에 기댈 것이 아니라 유권자 스스로의 역량으로 얻어내야 할 것임을 일깨운다. 여야가 공동보조를 맞춰 조장한 ‘깜깜이 선거’를 막는 것 또한 유권자의 몫이 됐다. 31일 선거운동 개시와 함께 쏟아져 나올 정당과 후보들의 정책을 비판적으로 따져보고, 후보 자질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현역 의원의 의정활동 내용은 물론 후보들의 병역, 전과, 세금 납부 기록이라도 최소한 확인하는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유권자마저 뒷짐을 져서는 나라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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