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지도자에서 교육자로 모교 복귀
“수도권정비법 묶여 증원 등 못해
대학별 실정 고려하는 규제개혁 필요”
경기 평택시의 유일한 종합대 ‘평택대학교’는 1902년 설립된 ‘피어선기념성경학원’이 모태다. 최근엔 대학구조개혁의 파고를 넘어 제2, 제3의 도약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준비 중이다.
그 변화를 이끌 중심에는 이필재(사진) 신임 총장이 있다. 지난달 17일 취임한 이 총장은 미국 LA 토렌스 제일장로교회를 거쳐 분당 갈보리교회 담임목사를 지낸 성직자출신이다.
교회 지도자에서 교육자로 변신한 그를 25일 평택시 용이동에 있는 캠퍼스 총장실에서 만났다.
-존경 받는 목사님에서 대학 총장이 됐다.
“이곳은 나의 모교다. 지금으로부터 딱 50년 전인 1966년 평택대 전신인 피어선신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 가서 학위를 받고 목회활동을 했다. 졸업했던 대학에 총장으로 다시 와 후배들을 만나니 개인적으로 감회가 새롭다.”
-인구감소 등으로 대학들이 모두 어려운 상황인데.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대학정원 감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불가피한 점이 있다고 공감한다. 하지만 모든 대학을 획일적인 기준으로 평가하고 이에 근거해 정원감축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다. 학교의 특수성을 인정해줘야 한다.”
-평택대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면.
“규제다. 수도권 남단 도농(都農) 복합지역에 있었지만, 그 동안 수도권정비계획법이라는 굴레 때문에 정원을 늘리는 등의 선택을 전혀 할 수 없었다. 각 대학이 처한 상황에 맞춰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정부의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대학 구조조정이 정부 교육정책의 화두다. 평택대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보는데, 그 원칙과 방향이 있다면.
“가장 큰 기준은 지역산업과 연계하는 것이다. 평택에는 국제 무역항인 평택항이 자리하고 있다. 조만간 삼성과 LG 등 대기업도 입주한다. 그래서 이런 여건과 환경에 맞는 실무적 인재를 양성하는 데 역점을 두고 학과 통폐합 등을 논의하고 있다. ‘환황해권ㆍ정보통신기술(ICT) 물류융합 허브대학’으로 대 변신을 준비 중인 셈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진통도 있을 것이다. 학생들과도 수시로 만나 그들의 의견을 반영, 갈등을 최소화하려고 애쓰고 있다.”
-미군기지도 평택으로 이전한다. 이 지역 유일의 종합대학으로, 미군과 지역사회를 융화하는 역할도 중요할 것 같은데.
“우리 대학은 이미 2005년부터 미8군과 협약을 맺고 미군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역사, 전통예절 등의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그 수혜 인원만 지난해까지 1만4,000명에 달한다. 최근 미 국무성에서 이 같은 협력 모델을 해외 다른 주둔지로 확대하도록 주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프로그램이 미군과 주둔지역 사회간 갈등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미 정부도 인정한 것이다. 우리 정부와 지자체 역시 이 분야에 관심과 지원을 늘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평택대학교가 품고 있는 비전이 있다면.
“학교를 설립한 피어선 선교사님의 기독교 정신을 계승해 지역사회와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끄는 ‘리더’ 대학으로 만들고 싶다. 우리사회 갈등이 심각하다. 이념, 종교, 남북관계 등 어느 하나 치유해야 할 상처가 없는 것이 없다. 기독교적 인성교육을 강화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하고 그들이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