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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옥바라지 골목 철거 보류 결정

입력
2016.03.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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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유산 지정 여론 높아져

일부 가옥 등 보존 방안 찾기로

서울 종로구 무악동 옥바라지 골목의 현재 풍경. 주민들이 빠져나간 빈집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서울 종로구 무악동 옥바라지 골목의 현재 풍경. 주민들이 빠져나간 빈집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백범 김구선생 등 독립운동가 가족들의 한이 서린 서울 무악동 ‘옥바라지 골목’이 보존된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재개발 사업이 진행중인 무악2구역 건축물 철거를 해당 지역 조사와 남아있는 주민들과 협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보류한 뒤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

옥바라지 골목은 통일로를 사이에 두고 서대문형무소 맞은 편에 위치해 있다. 1907년 일제 조선통감부가 서대문형무소를 세운 이후 수많은 독립운동가와 민주열사의 가족들이 여관 골목에 머물며 옥바라지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1987년 서대문형무소가 의왕 서울구치소로 이전한 후 쇠락을 겪다 지난해 7월 주민 70% 이상의 동의를 받아 재개발 정비사업 관리처분 인가를 받았다. 최근까지 철거가 진행돼 왔으나 골목을 역사문화유산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본보 3월10일자 14면)이 높아지면서 시가 철거 보류를 결정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옥바라지 골목에 대한 문헌 등 자료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여서 철거 전 충분히 조사를 통해 자료를 확보하고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재개발 인가가 나던 당시 117가구가 있었으나 지금은 18가구가 남아있다. 현재 재개발조합과 협상을 진행 중인 주민들은 여전히 골목 보존을 주장하고 있다. 주민 이길자(64)씨는 “철거가 많이 진행됐지만 서울시와 종로구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골목의 원형을 복구해 100년 역사를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염원과 달리 옥바라지 골목 보존은 ‘원형’보존이 아닌 ‘복원’을 통해 기념하는 방식이 될 공산이 크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골목의 역사성을 고증할 수 있는 인문학적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사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새로 조성되는 인도 등에 표식을 남기는 방법이나 일부 가옥을 보존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조합 결성 이후 재개발이 이미 진행돼 비용이 상당이 든 단계라 사업을 전면 취소하고 보존을 강제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철거를 앞둔 가옥 중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한옥 등을 공원 부지로 이전해 복원하는 방법 등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구에서는 현재 재개발 구역 내에 있는 1층과 2층 한옥 2동을 보존하기 위한 자문 등 가옥 보존 작업이 진행 중이다.

서울시가 진행한 옥바라지 골목 현지조사에 참여한 안창모 경기대 교수는 “재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이 지역에서 매장문화재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한 만큼 흔적을 바탕으로 역사성을 조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면서 “옥바라지 골목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포함해 이 지역에 얽힌 역사성을 폭넓게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ㆍ사진=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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