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앞바다에서 탈진상태로 구조돼 치료를 마치고 바다로 돌아간 큰돌고래 ‘고어진’이 대한해협을 넘나드는 등 야생 적응에 성공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고어진이 울산 동구 방어진항에서 발견된 것은 지난 달 4일 오후 4시께였다. “돌고래 한 마리가 항구에서 표류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연구진과 고래생태체험관 사육사는 자력으로 항구를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탈진한 고어진을 발견했다.
그대로 놔두면 선박과 충돌할 위험이 크다고 판단한 이들은 고어진을 해양동물전문구조치료센터인 고래생태체험관 보조풀장으로 옮겼다. 길이 2m, 무게 108㎏ 남짓으로 생후 2년6개월 가량의 어린 개체였다. 고래생태체험관 측은 ‘방어진항에서 구조된 고래’라는 의미에서 ‘고어진’으로 이름을 붙이고 치료에 나섰다.
야생성이 강한 고어진은 수족관 돌고래들이 흔히 잘 먹는 고등어 등을 먹지 않았다. 대신 빠르게 움직이는 산 오징어를 풀었더니 사냥하듯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고어진은 이런 식으로 매일 10㎏의 산 오징어를 즐겨먹었고,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
건강을 되찾은 고어진은 이달 2일 방어진항에서 약 12㎞ 떨어진 해상에 방류됐다. 고래연구센터는 고어진의 이동경로 파악을 위해 지느러미에 위성항법장치(GPS)를 달았다.
방류 첫날인 2일 북동쪽으로 22㎞가량 이동한 고어진은 이튿날인 3일에는 방향을 동쪽으로 바꿔 98㎞나 더 나갔다. 9일엔 방류 이후 가장 먼 거리인 112㎞를 헤엄쳐 울산 쪽으로 접근해 하루 종일 머물렀다.
고래연구센터 관계자는 “마치 작별인사를 하러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고어진은 10일부터 남동쪽 먼바다로 이동하며 일본으로 향했다. 11일 일본 해역으로 넘어간 이후 연안을 따라 북상, 줄곧 일본 앞바다에 머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지역에 열흘 이상 머무는 것으로 미뤄, 큰돌고래 무리에 합류했을 것으로 고래연구센터측은 판단하고 있다.
고래연구센터 관계자는 “전 세계에 흔한 큰돌고래가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목격되는 종인 만큼 이번 이동경로 추적으로 어떻게 우리나라로 접근하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고래연구센터는 고어진 이동경로를 표시한 지도를 동영상으로 제작, 유튜브에 주기적으로 올리고 있다.
울산=전혜원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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