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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거울 속 귀신

입력
2016.03.2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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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안 자른 지 넉 달이 넘었다. 양쪽 귀를 완전히 덮었고 앞머리를 잡아당기면 턱까지 내려온다. 게다가 부슬부슬한 자연 컬. 세심하게 관리하는 편도 아니다. 샴푸를 하고 나서 수건으로 대충 물기만 털어내고는 체머리를 몇 번 흔들어대면 드라이 끝. 날이 건조하기라도 하면 정전기가 심해 자폭하려다 실패한 사람의 몰골이 되기도 한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은 기겁하기도,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그게 때로 민망해서 조만간 미용실엘 가야지 하다가도 이상하게 실행이 안 된다.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다 최근엔 아예 그 생각마저 버린 상황. 무슨 미련 같은 게 생긴 것도 같다. 이 참에 더 길러서 어떤 꼴이 나올지 궁금해 하는 마음도 없지 않다. 대회가 끝날 때까지 이발과 면도를 하지 않겠다는 운동선수의 심정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특별한 일이 진행 중이거나 구체적으로 목적한 바가 있는 건 아니다. 미망이라 할지라도 아직은 놓여나고 싶지 않은 어떤 마음이 있다고 여길 뿐이다. 그랬더니 지금의 긴 머리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많은 것들을 쉽게 놓아버리고 매듭짓고 잘라버리고 살지만, 그리고 그게 정신 건강에 좋다고들 하지만, 끝내 칼질하지 않고 매조지하지 않는 마음 하나 간직하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거울을 본다. 숫제 귀신의 몰골. 처연하기도 무섭기도 한 저 귀신을 조금 더 예뻐해 주기로 한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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