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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듯한 재벌2세 악역 이젠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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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듯한 재벌2세 악역 이젠 없나요

입력
2016.03.2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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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미세스캅2'의 김범. SBS 제공
SBS '미세스캅2'의 김범. SBS 제공
tvN '기억'의 이기우. tvN 제공
tvN '기억'의 이기우. tvN 제공

‘재벌 2세 악역의 전성시대’는 막을 내리는 걸까?

최근 성공한 영화와 드라마의 중심엔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성격의 안하무인 재벌2세가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온갖 악행을 서슴지 않는 ‘분노 유발자’들이 높은 시청률과 흥행에 힘을 보태왔다.

체불 임금 420만원을 받으러 온 노동자를 폭행해 죽음 직전에까지 이르게 한 영화 ‘베테랑’의 조태오(유아인)가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살인을 저지르고도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SBS 드라마 ‘리멤버’의 분노조절 장애 재벌 2세 남규만(남궁민)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tvN ‘시그널’의 한세규(이동하)도 공분을 자아내는 실감나는 연기력으로 정의의 사도 못지않은 악역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들이 자신을 응징하는 정의로운 주인공보다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의 재벌 2세들은 단지 악역일 뿐이다. SBS 주말드라마 ‘미세스캅2’에서 배우 김범이 연기하는 이로준은 돈과 정보가 있는 곳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사채업체 젊은 대표다. 시킨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비서 앞에서 망치를 꺼내 협박한다. 이는 그나마 약과. 전 재산을 기부한다는 이유로 병상의 아버지를 살해하는 인면수심 캐릭터여서 방영 전부터 ‘제2의 조태오’가 나올 것이란 기대가 컸다.

이번 드라마에서 첫 악역에 도전한 김범도 이달 초 열린 ‘미세스캅2’ 제작발표회에서 “다른 배우들과는 다른 나만의 색다른 악역을 선보이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반응은 미지근하다. “분명 하는 짓은 악질인데 왠지 밋밋한 느낌” “꽃미남 이미지가 강한 김범이 소화하기에는 사연 많은 악역이 버거운 것 같다”는 혹평이 이어졌고 이 드라마의 시청률도 현재 한 자릿수(7.6%)로 고전 중이다.

영화 ‘베테랑’ 조태오(유아인ㆍ위 사진)와 SBS 드라마 ‘리멤버, 아들의 전쟁’의 남규만(남궁민)은 인상적인 악역으로 대중의 눈길을 잡았다.
영화 ‘베테랑’ 조태오(유아인ㆍ위 사진)와 SBS 드라마 ‘리멤버, 아들의 전쟁’의 남규만(남궁민)은 인상적인 악역으로 대중의 눈길을 잡았다.

‘시그널’ 의 후속으로 기대를 모았던 ‘기억’ 역시 극의 긴장감을 몰아넣는 악역의 활약이 기대 이하란 평가다. 이기우가 연기하는 한국그룹 재벌 3세 신영진은 폭력적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광기를 품은 인물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기우가 극중 대립 각을 세우는 박태석(이성민)과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기에는 아직 그의 연기가 역부족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이기우 역시 앞서 “큰 호평을 받은 악역들이 많아 이 역할을 맡는 데 시작부터 고민이었다”며 역할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한 적 있다. 그러면서 “연구를 더 해서 더 교활하고 계산적인 악역으로 이전과는 차별화를 두겠다”고 밝혔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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