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공화당 경선이 불륜과 상대 후보 배우자 비방 등 막장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진짜 보수를 자처해온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 5명 여성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휘말렸고, 도널드 트럼프는 부인의 누드 사진이 공개된 이후로 과도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연예 주간지 ‘내셔널 인콰이어러’는 크루즈 의원이 5명 여성과 불륜 행각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교사, 정치 컨설턴트, 변호사는 물론 성매매 업소 여성과도 하룻밤 1,000달러를 주고 밤을 보냈다는 것이다.
크루즈 의원은 즉각 불륜설을 부인하고 트럼프의 공작이라고 주장했지만, 트럼프는 이를 일축했다.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내셔널 인콰이어러의 O.J 심슨이나 존 에드워즈 등에 대한 폭로 기사는 맞았다. 거짓말쟁이 크루즈의 기사 내용은 맞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비꼬았다.
트럼프는 이에 앞서 “사진이 천 마디 말을 대신한다”며 크루즈 의원 부인 하이디의 찡그린 얼굴과 자신의 모델출신 아내 멜라니아의 사진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저질 비방전을 이어 갔다. 이와 관련,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후보 부인들까지 싸움에 휘말리면서 트럼프와 크루즈가 바닥까지 내려갔다”고 평가했다.
한편 26일 워싱턴, 알래스카, 하와이 주에서 치러진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는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모처럼 완승을 거뒀다. 이는 보호무역과 월가에 대한 전면적 개혁을 앞세운 ‘샌더스 돌풍’이 건재함을 입증한 것이지만, 선두인 힐러리 클턴턴 전 국무장관의 대세 굳히기 흐름을 뒤집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샌더스 의원은 이날 치러진 3개 지역 중 가장 인구가 많은 워싱턴 주에서 72.7%를 득표해 클린턴(27.1%) 전 장관에 압승을 거뒀다. 알래스카 주에서도 샌더스 의원은 81.6% 득표율을 기록한 반면 클린턴 전 장관은 18.4%에 머물렀다. 샌더스 의원은 하와이에서도
69.8%의 득표율로 클린턴 전 장관(30%)을 압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러나 샌더스 진영이 이미 기운 경선 판세를 역전시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이날 치러진 3개 지역 모두 인구가 많은 곳이 아니어서 할당된 대의원이 적기 때문이다.
클린턴 진영에서도 “이날 3개 지역에서의 샌더스 후보 강세는 이미 예견됐던 것”이라며 “대의원이 많이 배정된 뉴욕(4월19일), 메릴랜드ㆍ펜실베니아(4월26일)에서 승리하면 민주당 경선은 사실상 마무리될 것” 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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