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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건축물 짓는다고 괴짜 취급... 섭섭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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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건축물 짓는다고 괴짜 취급... 섭섭해요”

입력
2016.03.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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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롤리팝'. 문훈발전소 제공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롤리팝'. 문훈발전소 제공
제주도에 있는 '윈드하우스'. 문훈발전소 제공
제주도에 있는 '윈드하우스'. 문훈발전소 제공
건축가 문훈씨. 문훈발전소 제공
건축가 문훈씨. 문훈발전소 제공

진한 분홍색과 연한 분홍색이 교차로 나타나 마치 사탕처럼 보이는 ‘롤리팝’, 제주도 갯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오리 머리 모양의 ‘윈드하우스’. 2009년 한국 건축을 대표하는 12인에 뽑힌 데 이어 2014년에는 베니스 건축비엔날레, 지난해 시카고 건축비엔날레 초대 작가로 선정된 건축사무소 문훈발전소 대표 문훈(49)씨의 작품이다.

독특한 건축 세계를 구축한 데다 빨간 색을 좋아해 사무실까지 온통 빨갛게 칠해버린, 그래서인지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괴짜 혹은 이단아로 통하는 그가 최근 ‘기쁨의 건축’(스윙밴드 발행)이란 책을 냈다.

문 대표는 25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이제 괴짜나 이단아 얘기는 그만”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겉모습이 특이하다고 해서 만드는 과정까지 특이하다고 보는 건 오해”라며 그는 “건물이 너무 밋밋하면 재미 없으니까 오리 머리를 하나 붙여본다”(‘윈드하우스’)는 식으로 다른 건축가들보다 그저 ‘딱 한 발짝’ 더 나아갔을 뿐이라고 말했다.

호탕한 성격도 그를 괴짜로 보이게 하는 데 한 몫 한다. “건축이 어렵잖아요, 그래서 건축한다면 굉장히 심각할 것 같고 점잖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그렇게 보이지 않는 거죠”라며 문훈은 “어떤 틀에 가두고, 틀에 맞는 문훈만 바라보고 기대하는 시선이 섭섭하다”고 말했다. 좋지 않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특이하다는 인식 때문에 자신의 온전한 모습을 바라봐주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는 뜻이다.

문 대표가 이번 책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괴짜가 아닌 그냥 ‘문훈’으로 봐달라”라는 것과 통한다. 책에서 줄곧 ‘보통의 건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건축은 결코 낭만적인 게 아니다”며 돈이나 제도 같은 아주 현실적인 것들을 얘기한다. “건축은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돈이랑 연관된 거지요. 정한 예산 안에서 원만하게 건축이 진행되기도 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예산이 많이 들어 틀어지기도 하는 것처럼.” 건축주와 협의가 거의 전부 같지만 그렇지 않다.

“관공서 허가도 받아야 해요. 설계도를 구현하기 위해서 직원도 고용해야 하고, 시공사 계약도 해야 하는 일이 다 하나 같이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이처럼 실제 건축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숱한 난관과 제약들을 담고 있어 실제 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생각하는 일반인들에게도 유용할 책이다. ‘창의’가 앞서는 것처럼 보이는 문 대표의 건축도 실은 이처럼 매우 현실적이다. 50여 평 땅에 7개의 층을 차곡차곡 쌓은 ‘롤리팝’처럼 건축 공간 하나하나가 매우 기능적이다.

그런데 왜 기쁨의 건축일까. 문 대표는 “기쁨은 태도의 문제”라는 다소 의아한 답을 내놨다. 그에 따르면 건축 행위의 모든 순간이 기쁜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기쁜 순간이 있다. “사랑도 똑같잖아요. 어떻게 매번 좋을 수 있겠어요. 그렇지만 처음 설렘이나 기분 좋은 순간들을 지켜 가려는 태도가 사랑인 거죠. 저한테는 건축이 그래요.”

문 대표는 모양도 색깔도 천차만별인 건축물들을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냐는 묻는 질문에 “늘 어떤 의도를 하면서 만들지는 않는다”면서도 “‘건축이 꼭 그래야만 하나요’라는 식의 질문을 항상 한다”고 말했다. “세상은 모든 게 권력화돼요. 어느 하나가 지배하면 다른 것들은 사라지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는지도 모르죠.”

신은별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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