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제연구소나 투자은행들의 1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이 0.3~0.7%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으로는 1~2.6%에 불과해 정부가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 목표(3.1%)와 큰 차이를 보였다. 수출 부진이 계속 되고 있고, 중국 경기둔화 등 대외 경제여건도 좋지 않아 성장률 전망치를 더 낮추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27일 기획재정부와 주요 경제 전망 기관들에 따르면 한국의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기비) 전망치는 0.3∼0.7%대에 몰려 있다.
해외 투자은행(IB) 가운데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5%에서 0.3%로 낮췄다. 연간 전망은 2.6%에서 2.4%로 내렸는데, 이는 한국 정부의 공식 전망인 3.1%와 비교하면 0.7%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JP모건은 1분기 성장률을 연간으로 환산한 계절조정 전망치를 3.0에서 2.6%로 낮춰 잡았다.
모건스탠리는 이달 중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경제 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올해 1%를 기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금융센터 김경빈 연구원은 "해외 IB 가운데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올리는 곳은 찾기 힘들다"며 "올 들어 1월 산업생산과 2월 수출 등 지표가 예상보다 좋지 않았고, 중국 수출도 큰 폭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1분기는 물론 2분기에 대해서도 0.4∼0.8% 구간에서 보수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KB투자증권은 올 2분기 전기대비 성장률을 0.7%로 예상했다. 대우증권과 IBK투자증권은 각각 0.6%와 0.8%로 내다봤다. 하이투자증권은 1분기 0.3%, 2분기에도 0.4%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주요 연구소들도 올해 성장률 전망을 하향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홍준표 동향분석팀장은 "6월 초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2.8%)를 더 낮출 가능성도 있다. 수출과 내수가 다 안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부문장은 "1분기만 보면 애초 예상보다 안 좋았던 게 사실"이라면서 하향 가능성을 내비쳤다. LG연구원의 기존 전망치는 2.5%다.
올해 3.0% 예상을 했던 한국금융연구원은 이달 말쯤 전망치를 수정할 예정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16년 전체적으로 2.6%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안팎에서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전망이 암울해지자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나 기준금리 인하 등 정책카드를 활용해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크레디트스위스, HSBC, 바클레이스, 골드만삭스, 도이체방크 등은 한은이 2분기에 금리를 1∼2차례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점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국내외 IB들은 연초 1월 수치만 갖고 전망한 것이지만, 2월에서 3월로 넘어오면서 산업생산 등 지표가 괜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달 수출액도 감소폭이 한자릿수로 줄고, 물량은 플러스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부양책 필요성에 대해 "한국 경제가 잘 버티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민간 자생력이 있을 때에는 정책 여력을 소진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전체적으로 하향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 경제도 저성장 터널에 진입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정책을 아낄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많이 나온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도 일본처럼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저성장으로 가는 기간을 얼마나 연장하고, 일본처럼 '쇼크'를 받지 않고 연착륙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조장옥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교수)은 "대한민국은 절체절명의 전환기"라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4대 부문 개혁은 물론 규제개혁까지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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