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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유권자의 선택과 우리 아이들의 교육

입력
2016.03.27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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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여당 김무성 대표의 ‘옥새 투쟁’이 끝났다. 국민들은 새누리당의 제20대 총선 공천 갈등을 인기 드라마에 비유하여 ‘옥새의 후예’ 등으로 부르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고 한다. 얼마 전 테러방지법 ‘독소조항’ 수정 요구를 내걸고 장장 170시간의 필리버스터로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야당의 행보가 눈에 선하다. 내용은 다르지만, 외면당하던 정치가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켰다는 점만을 놓고 볼 때 닮음 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모쪼록 정치에 대한 이런 뜨거운 관심이 다음 달 13일로 예정된 총선에도 그대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 아이들의 교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이번 총선 결과는 ‘보육대란’ 여부를 가름하게 될 것이다. 새누리당이 압승할 경우 ‘보육대란’이 현실화될 공산이 크다. 누리과정 예산 책임을 지방정부에 떠넘겨 ‘보육대란’의 위기를 초래한 당사자가 바로 집권 여당과 정부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야권이 승리할 경우 ‘보육대란’ 해결을 위한 국회의 행보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총선 승리는 야당이 새누리당과 정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힘을 갖게 되는 정치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다수파인 야당이 유아교육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의 개정을 주도함으로써 ‘입법지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국회 본연의 기능이 마비된 상태에서 정부가 시행령 개정 등 행정입법으로 정책을 강행한 결과가 ‘보육대란’이라는 점은 이제 자명한 사실 아닌가.

자사고 정책은 또 어떤가. 그간 정부는 ‘생산적인 정책 경쟁’ 자체를 부정하고, 시ㆍ도교육청과의 정책 갈등이 발생할 경우 힘으로 밀어붙여왔다. 지난해 말 자사고 지정 취소 조치를 놓고 벌어진 정부와 서울시교육청의 갈등 역시 정부의 ‘완력’으로 봉합된 상태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행정명령, 이행명령, 직권취소, 여론전, 시행령 개정 등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다.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계층 차별적인 학교정책을 강행해온 게 정부의 민낯인 셈이다.

선거 때 내건 약속 파기 또한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2012년 대선공약이었던 ‘고교무상교육 실시’ 약속 파기는 참 부끄러운 일이다. 입만 열면 ‘교역 대국’, ‘소득 3만 불’ 운운하면서 보편적 무상교육 기간은 고작 9년에 붙들려 있는 현실이다. 국제적 표준에 한참 뒤떨어져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진실함’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일 정도다. 대선 공약을 별다른 설명 없이 파기하는 정부와 집권 여당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반값 등록금 실현 약속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정부 재원과 대학 자체 노력으로 지난해 말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은 완성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서울시립대화 같은 반값등록금과는 아주 거리가 먼, 일부 계층에 대한 국가장학금 지원 정책일 뿐이라고 냉소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정부는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정원 감축’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ㆍ공립대의 비중을 현 20%에서 5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전략적 구조개혁을 통해 등록금 부담을 완화시킬 토양 마련 등을 고려치 않은 기계적인 정책인 셈이다.

선거는 교육에 실로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국가적 행사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 어느 하나 중요치 않은 게 없다.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적 평가를 표를 통해 제대로 드러낼 필요가 있다. 이런 메커니즘을 잘 알고 있어서인지 새누리당의 이번 총선공약집에는 특기할 만한 교육정책이 담겨있지 않다. 다만, 공약집 99쪽에 2012년 대선공약이었던 ‘고교 무상교육 단계적 실시’를 한가하게 되풀이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야당도 마찬가지다. 정책내용 면에서는 100% 국가책임 보육(누리과정) 실천, 고교무상교육 실현 등 현안을 적절하게 짚어내고 있다. 그러나 정책환경 관리 차원에서 야당의 행보는 아주 실망스럽다. 총34명의 비례대표 후보 가운데 과학기술 전문가를 7번, 23번으로 보건 전문가를 17번, 18번으로 배치한 반면, 교육 또는 교육정책 전문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시장주의적이고 보수적인 교육정책 전파 활동을 해오다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앞장섰던 전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을 여성 몫으로 9번에 배치한 새누리당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직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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