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은 산토끼, 文은 집토끼 확보
동선 서로 안 겹치게 일정 조정
‘김종인과 문재인의 랑데부(둘 이상의 우주선이 도킹을 하기 위해 우주 공간에서 만남)’는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까. 25일 4ㆍ13 총선 후보 등록이 마무리되고 본격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전ㆍ현직 두 대표의 동선이 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선거를 지휘하는 양상이라면 문재인 전 대표는 김 대표의 동선을 피해 수도권 외곽으로 도는 모습이다.
경남 양산 칩거를 끝내고 최근 선거 지원 활동에 나선 문 전 대표 측은 일정을 짜기 전 김 대표의 일정을 가장 먼저 확인한다고 한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김 대표는 당의 중심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정이 겹치지 않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1월 문 전 대표 사퇴 이후 두 사람이 만난 건 22일 문 전 대표가 김 대표의 사퇴를 만류하기 위해 상경, 자택을 찾아갔을 때를 빼고는 없다.
문 전 대표는 전날 손혜원 홍보위원장의 서울 마포을 선거사무소 개소식 참석도 김 대표의 불참이 확정된 뒤에야 결정을 했다. 문 전 대표는 최근 강원, 부산, 울산, 경남 창원 등 수도권을 벗어난 외곽으로 돌며 취약 지역 출마 후보를 지원하거나 야권 후보 연대를 위한 중재 역할을 맡아왔다. 문 전 대표는 26~27일 대표 사퇴 후 처음 수도권 후보들의 지원 유세에 나설 예정인데, 같은 기간 김 대표가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광주, 전남을 찾는 점을 감안했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최근 움직임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대표실 관계자는 “개별 후보들의 지원 요청에 응하는 방식으로 돕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표가 다 가기 어려우니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문 전 대표의 총선 지원 활동을 자제해 달라고 했던 것과는 다소 달라진 기류다.
이 같은 변화는 두 사람 관계가 갈등보다는 보완ㆍ협력 체제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최근 비례대표 선출 과정 논란에서 볼 수 있듯 당내 세력이 미비한 김 대표는 총선 이후 당에서 계속 역할을 맡기 위해서는 문 전 대표의 뒷받침이 꼭 필요하다”며 “내년 대선을 목표로 하는 문 전 대표는 중도 진영으로 확장하기 위해 김 대표의 존재와 역할이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전 현직 대표가 일종의 협조 체제 아래서 역할 분담을 맡은 셈이지만, 당 노선을 두고서는 팽팽한 긴장 관계도 흐르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당 정체성 논쟁은 부질 없다”는 문 전 대표의 전날 발언에 대해 “문 전 대표 발언이 내 발언과 배치된다고 생각하지 말라”면서도 “기본적으로 국민이 바라는 정체성 쪽으로 당이 흘러가야 한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정체성ㆍ노선 갈등이 봉합되긴 했으나, 총선 이후 다시 본격화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날 강원 원주를 찾은 문 전 대표는 “제 말과 김 대표 말씀이 다르지 않습니다”라며 애써 충돌을 피했다.
아슬아슬 줄 타기를 하는 두 사람이 함께 손잡고 선거 유세를 할지는 미지수다. 김 대표는 이날 문 전 대표에게 공동선대위원장을 제안할 지를 묻는 질문에 “무엇이 우리에게 유리하고 서로 (득표 전략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지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일단 28일 공식 출범하는 중앙선대위는 김종인 대표 단독 선대위원장 체제로 꾸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그러나 “김 대표는 산토끼(중도 진영 새 지지층)를, 문 전 대표는 집토끼(기존 지지층)를 나눠 맡다가 시너지가 폭발할 수 있는 시점에 두 분이 (유세나 선거운동을)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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