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우리의 국회에 해당한다고들 한다. 법률 제정ㆍ개정권과 예산 심의ㆍ비준권을 갖고 있으니 대체로 맞는 얘기다. 인민해방군에서 별도로 대표를 선발한다는 점을 빼면 전국의 성(省)과 자치구, 직할시, 특별행정구에서 선거로 대표를 뽑고 직능별로도 대표를 구성한다는 점 역시 우리의 국회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과 우리의 정치시스템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중국은 공산당의 영도력을 인정하는 사실상의 일당제 국가다. 국민당혁명위원회를 비롯한 8개 정당이 더 있지만 정당의 기능과 역할을 온전히 수행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인대 대표 2,900여 명의 임기는 5년이지만 이들의 존재감은 매년 3월 초에 치러지는 양회(兩會ㆍ전인대와 전국정치협상회의) 때나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전인대는 헌법에 규정된 직제상 국무원(행정부)과 최고인민법원(사법부)을 통할하는 최고권력기구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7인으로 구성된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집단지도체제라는 점도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게다가 지방정부에서 중앙정부에 이르는 거의 모든 행정직급마다 그에 대응하는 공산당 조직이 존재한다. 중국의 주요 정치지도자는 예외 없이 공산당원이다.
그렇다면 전인대는 거수기에 불과한 걸까.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이번 전인대에서도 리 총리가 제안한 ‘국민경제와 사회발전을 위한 제13차 5개년 계획’(13ㆍ5 규획)은 공산당 내 핵심조직인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사전 의결된 내용이고, 폐막식에서도 이에 대한 반대ㆍ기권표는 80표를 넘지 않았다. 수치로만 보면 찬성률이 무려 99.7%에 달한다.
그렇다고 중국의 정치체제를 ‘일당독재’라고 단정하는 정치학자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13억7,000만명의 인구대국을 개혁ㆍ개방과 경제성장의 프레임으로 무난하게 끌고 가는 집단지도체제의 효율성과 정치지도자 육성 시스템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 공산당이든 행정부든 지역에서 시작해 중앙에 이르기까지 길게는 40년 이상 검증된 인사들만이 정치지도자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최소한 무능력하고 무기력하고 지극히 부도덕한 인사가 정치지도자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시스템인 것이다.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출발선에 섰다. 하지만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본 여야의 공천 상황은 ‘어이없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새누리당의 공천은 ‘눈박’이니 ‘통천’이니 하는 말들이 회자될 만큼 박심(朴心)이 좌우했고, 상대적으로 호평을 받았던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은 막판 ‘셀프 공천’ 논란으로 빛이 바랬다. 국민의당의 볼썽사나운 모습은 새정치와 한참 거리가 멀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치지도자들은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떤 모습으로 비쳐졌고, 어떤 희망을 주었을까. 새롭게 국회에 입성할 이들 중에는 이제껏 온전히 능력과 도덕성을 검증받았거나 혹은 앞으로라도 이를 검증받으면서 성장할 인사가 몇이나 될까.
중국의 정치시스템은 우리가 아는 민주주의의 규준을 한참 벗어난 경우도 많다. 최근만 해도 시 주석이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하는 와중에 언론ㆍ출판의 자유가 크게 위축됐다. 새 지도부가 들어설 때마다 태자당이니 상하이방이니 하는 공산당 내 계파 갈등은 극에 달하고 정치보복성 후과도 잦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은 그 어떤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포장되더라도 양상과 강도에 차이가 있을 뿐 전무한 경우는 결코 없다. 수 십 년간 훈련시키고 검증하고 경쟁시키는 중국의 정치지도자 육성 시스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20대 국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불붙을 개헌 논의에서 이 부분을 간과한다면 우리는 4년 뒤에 또다시 “20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었다”고 개탄하게 될 것이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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