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27ㆍ스완지시티)은 명불허전이었다.
24일 레바논과 2018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1-0) 승리의 주역은 후반 추가시간 극적 결승골을 터뜨린 이정협(25ㆍ울산현대)이다. 하지만 경기력적인 측면에서 최고 수훈 선수는 단연 기성용이라는 평가다. 그는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90분 내내 팀을 진두 지휘했다.
레바논을 이겼지만 대표팀은 전체적으로 답답한 흐름이었다. 그러나 기성용은 군계일학처럼 빛났다. 전반에는 구자철(27ㆍ아우크스부르크)과 함께 허리에서 중심을 잡아줬고 후반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세트피스도 기성용이 전담했다.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 국가대표 감독은 세트피스 때 장신인 기성용(189㎝)에게 문전에서 상대 수비수와 몸싸움을 하고 공중볼을 따는 역할을 주문해왔다. 하지만 레바논전에서는 기성용이 프리킥과 코너킥을 도맡아서 찼다. 정확한 중장거리 패스로 ‘기택배’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그는 이날도 날카로운 킥 솜씨를 뽐냈다.
이정협의 결승골도 기성용의 발에서 시작했다. 기성용이 상대 왼쪽 진영을 허물며 수비수 3명을 제치고 들어가 가운데로 패스를 내줬고 이정협이 넘어지며 밀어 넣었다. 기성용이 거의 다 차려준 밥상이었다.
기성용의 가장 큰 강점은 꾸준하다는 것이다.
다른 선수들은 소속 팀 주전 경쟁에서 밀리거나 컨디션 난조로 기복 있는 플레이를 보이는데 기성용은 늘 제 몫을 해내고 있다. 기록으로도 나타난다. 기성용은 슈틸리케호에서 지금까지 1,637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한 25경기(2,250분)중 70% 이상 출전했다. 작년 여름 국내파만 소집했던 중국 동아시안컵과 전술적 이유로 주전들을 뺀 몇몇 평가전을 제외하면 대표팀의 전 경기를 거의 풀타임으로 뛴 거나 마찬가지다. 대표팀 주변에서는 “슈틸리케 감독이 기성용을 쉬게 해주고 싶어도 대안이 없어서 그럴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조금 이른 이야기지만 이런 페이스면 기성용은 무난하게 최단 기간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가입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 축구의 센추리 클럽 가입자는 모두 9명. 차범근(121경기), 홍명보(135경기), 황선홍(103경기), 유상철(122경기), 김태영(105경기), 이운재(132경기), 이영표(127경기), 박지성(100경기), 이동국(103경기ㆍ이상 가입시기 순서) 등이다. 지금까지 최단 기간 센추리 클럽 가입자는 2000년 4월 5일 A매치에 데뷔해 2011년 1월 25일 100경기를 소화한 박지성(3,948일)이다. 기성용은 2008년 9월 5일 처음 A매치 그라운드를 밟았고 2,759일인 현재(3월 25일 기준) A매치 81경기를 소화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전후로 센추리 클럽에 들 가능성이 높아 선배 박지성의 기록을 넘어설 전망이다.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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