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옛날 사람이 된 건 아닌지 움츠려 드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저를 끝까지 믿어봐야죠.”
기세 등등하던 ‘형님’의 어깨가 좀처럼 펴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24일 오후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서 열린 JTBC 아는형님’ 기자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낸 MC 강호동은 “오늘따라 유독 떨린다”는 말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한때 이수근, 이승기, 은지원 등 동료 방송인을 이끌며 지상파 3사 예능프로그램을 호령했던 그도 ‘1%대’란 굴욕적인 시청률 앞에선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자신의 첫 종합편성채널(종편) 진출작인 ‘아는형님’의 저조한 성적에 대해 그는 애써 의연한 표정을 지었다. 강호동은 “첫 종편 프로그램이라 나한테는 첫사랑 같은 존재다. 주위의 기대가 큰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장수 프로그램들은 모두 초반에 부진을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시청자들이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장수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만큼 (앞으로)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과거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시청률이 높았을 때도 깊게 고민하거나 분석한 적은 없다. (시청률이)잘 나오든 안 나오든 제작진을 믿고 갈 뿐”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국내 예능지형도에서 확연히 달라진 자신의 위치에 대해선 천하의 강호동도 초조함을 감추지는 못했다. 그는 “KBS ‘1박2일’에서 그랬던 것처럼 처음에는 후배들에게 윽박을 지르거나 하는 소위 ‘나쁜 진행’을 해봤는데 잘 안 통하더라”며 “새로운 환경과 예능 트렌드에 어떻게 자리를 잡아야 하나, 어떤 예능이 유행인가를 지금도 고민하는 중”이라고 털어놨다.
강호동은 ‘아는형님’에서 ‘옛날사람’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내가 하는 것마다 동생들이 옛날 방식이라고 놀려서 주눅이 드는 건 맞다”며 “책도 많이 읽고 다른 사람들한테 의견도 구하고 있는데 결론이 잘 안 나온다”고 말했다. “결국 강호동은 강호동을 믿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도 했다.
이날 강호동과 함께 기자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낸 다른 출연자들 역시 그의 변화에 한 목소리를 냈다. 이수근은 “(강호동은)워낙 강하고 에너지가 있고 본인 스스로 지쳐있는 느낌을 싫어해서 과거 형님 눈치를 많이 봤던 게 사실”이라면서 “요새는 동생들 생각을 더 많이 들어주는 것 같다. 예전에 ‘가자!’ 였다면 이제는 ‘가는 게 어떨까?’식”이라며 웃었다.
강호동과 함께 MBC ‘무릎팍 도사’ 등에서 호흡을 맞췄던 ‘아는형님’의 여운혁 책임프로듀서(CP)는 “그래도 (과거에 비해) 많이 뻔뻔해졌고 자신감이 붙었다”며 “예전의 강호동이 좋았다는 말들이 많은데 프로는 늘 생물 같은 존재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게 답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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