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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감독의 ‘시몬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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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감독의 ‘시몬 사용설명서’

입력
2016.03.2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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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프로배구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 연합뉴스
남자 프로배구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 연합뉴스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이 24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끝난 NH농협 2015~16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5전3선승제) 홈 4차전에서 현대캐피탈을 세트 스코어 3-1로 꺾고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2007~08시즌부터 2013~14시즌까지 계속된 삼성화재의 7연패 천하 이후 첫 연속 우승 구단이 된 OK저축은행의 성공 뒤에는 김세진(42) 감독의 용병술이 자리했다.

결국 ‘시몬의 시몬에 의한 시몬을 위한’ 싸움이었다. 적장 최태웅(40) 현대캐피탈 감독은 특급 용병 시몬을 저지하기 위해 3차전에서 벼랑 끝 전술을 들고 나온다. 시몬의 공격은 주고, 오히려 더 많이 때리게 해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을 터닝 포인트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시몬을 풀어놓는 최감독의 전략적 방임작전은 그대로 들어맞아 떨어져 3차전을 따냈다. 4차전을 앞두고도 최 감독은 “3차전과 같은 전략이다. 다른 방법이 없다. 시몬의 공격 비중이 최대 70%까지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필승의지를 다졌지만 이번만큼은 김 감독이 호락호락 당하지 않았다.

두 번 당할 김 감독이 아니었다. 경기 전 시몬의 체력 문제가 언급되자 “본인에게 물어봤더니 체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짐짓 정면 돌파를 시사했지만 막상 실전에서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용병술을 발휘했다.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1,2세트를 잡은 OK저축은행은 3세트 들어 갑자기 집중력이 흔들리며 범실 13개를 남발하는 끝에 19-25로 내줬다. 이때 김 감독은 팀을 재정비해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점수 차였음에도 중반 이후 과감하게 시몬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4세트를 승부처로 설정하고 일찌감치 시몬의 체력 안배를 도모한 것이다. 쉬고 나온 시몬은 김 감독의 뜻에 부응하듯 맹폭을 퍼부어 OK저축은행의 2년 연속 우승을 손수 확정했다. 현대캐피탈로서는 이미 늦었다. 4세트에서 펄펄 나는 시몬을 알고도 막지 못했다. 3차전 4세트 1점에 그쳤던 시몬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4차전 4세트에서만 12점을 맹폭했다. 24-23으로 손에 땀을 쥐던 순간 우승을 결정짓는 강 스파이크는 이날의 백미였다.

3차전 시몬은 혼자서 37점을 몰아쳤지만 17점을 올린 1세트 이후 최 감독의 예상대로 힘이 떨어지며 2세트 11점 3세트 8점 4세트 1점으로 화력이 급강하했다. 반면 변화를 준 4차전에서는 1세트 4점 2세트 10점 3세트 6점 4세트 12점으로 32점을 몰아쳤다. 오히려 갈수록 강해졌다.

보란 듯이 허를 찌른 김 감독의 용병술 앞에 미처 대비를 못한 현대캐피탈은 패배를 자인할 수밖에 없었다. 정재호기자 kem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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