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에 방해” 위치조정 요구
건축주는 “재산권 침해” 주장
24일 오후 2시쯤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의 한 시골마을. 준공을 앞둔 2층짜리 신축 건물에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달 말쯤 준공될 예정인 이 건물은 연면적 226㎡ 규모로 컨테이너 8개를 아래위로 4개씩 쌓아 만든 구조물이다. 외벽 전체가 주택가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빨간색 유광 페인트로 칠해져 유독 도드라져 보였다.
건축주는 1층에 커피숍 등 근린생활시설을, 2층은 입주해 주택으로 쓸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폭 11m의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주택 2동(1층, 1ㆍ2층 단독)의 주민들은 이 건물이 들어서는 게 달갑지 않은 눈치다. 담장에는 ‘조망권 박탈! 재산권 침해! 시뻘건 컨테이너 당장 치워라!’, ‘똥값 된 우리 집 당신이 책임져라’는 등 거친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1997년 들어선 주택 2동은 한 사설단체가 소나무심리치료센터 등으로 쓰고 있는 곳이라고 용인시는 전했다. 센터와 회원 200여 명은 “컨테이너 건물 외장이 붉은색이어서 심리치료 등에 방해된다”며 건축허가 취소, 준공처리 불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센터는 국민권익위원회 등에도 민원을 냈다.
유모(35ㆍ여) 부센터장은 “빨간빛이 햇빛에 반사돼 비칠 때면 건물 안이 핏빛으로 물드는 것 같이 섬뜩하다”며 “치료를 받으러 온 회원들도 두통이나 두려움 등 심리적 불안을 호소, 두 달째 제대로 강습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용인시는 마땅한 중재안을 찾지 못해 막막한 상태다. 일부 빛 공해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건축법상 건물 외벽의 색상을 규제할 조항은 없어 건축주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막을 수 없는 탓이다. 또 옥외광고물 등의 빛 공해를 막는 ‘인공조명에 의한 빛 공해 방지법’이 있기는 하나 건축물 자체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용인시가 혈세를 투입, 심리치료센터로 쓰이는 주택을 사들여 말썽의 소지를 없앨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시 관계자는 “주민간 합의 또는 민사적으로 해결하는 방법밖에는 현재로선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빨간색 컨테이너 건축주와 센터 관계자들은 지난달 15일부터 최근까지 용인시의 중재로 3~4차례 외벽 색상변경 등을 놓고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센터 측은 “컨테이너를 고정하기 전 위치조정 등을 요구했지만, 비용 등을 핑계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아예 옮기던지 용인시가 적절한 대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요구 중이다.
반면 건축주는 “외벽 색상을 변경하거나 반사되지 않도록 나무 등을 덧대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면서도 “건축비만 3.3㎡당 300만원 이상이 든 건물을 무작정 철거할 수 있는 없는 일”이라고 재산권을 주장하고 있다.
글ㆍ사진=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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