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에 전격 합의했다. 이로써 삼성물산과 엘리엇 측의 다툼이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됐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엘리엇은 최근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에 대해 원만히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모직과 합병하기 전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었던 엘리엇은 합병에 반대하면서 주주총회 결의금지와 자사주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거센 공격을 퍼부었다.
엘리엇의 공세에도 삼성물산 합병은 가결됐고 이후 엘리엇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을 비롯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사항에 대해 이에 반대하는 주주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회사 측에 정당한 가격으로 매수해 달라고 요청하는 주주의 권리다. 하지만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제시한 가격(5만7,234원)이 낮다며 거부했고, 곧바로 법원에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조정해 달라며 조정신청을 냈다.
1심은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줬고 이에 엘리엇은 항고했다. 그러나 최근 삼성물산과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에 합의하면서 지난 23일 관련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합병을 둘러싸고 벌어진 엘리엇과 삼성물산의 갈등도 종결됐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엘리엇이 한발 물러선 데는 지난해 삼성물산 지분 매입 과정에서 공시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데 대한 압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엘리엇과 똑같이 합병에 반대했던 일성신약 측은 지난달 29일 삼성물산을 상대로 합병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합병 전 삼성물산 지분 2.11%를 갖고 있었던 일성신약은 합병 가결 이후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전량(330만7,070주ㆍ2.12%)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으나 엘리엇과 마찬가지로 삼성물산이 제시한 가격을 거부했다.
그 뒤 일성신약도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조정 신청을 냈지만 역시 1심이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주자 항고했고, 이어 이날 별도로 합병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합병이 이뤄졌고 소송과 관련해 면밀히 검토하고 차분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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