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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의 흔들기

입력
2016.03.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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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알파고

흑 이세돌

참고1도
참고1도
참고2도
참고2도

<장면 10> 앞 장면에서 갑자기 난조를 보였던 알파고가 다시 냉정을 되찾았다. 우변에 △로 쳐들어간 게 비수처럼 날카롭다. 좌하귀 쪽에서 손해를 많이 봐서 바둑이 만만치 않아졌다고 판단되자 과감히 승부수를 날린 것이다. 형세에 따라 착수의 강약을 조절하는 솜씨가 전혀 인공지능 같지 않다. “알파고가 오히려 이세돌을 상대로 흔들기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백대현 9단)

흑의 응수가 쉽지 않다. 1, 2 다음 <참고1도> 1, 3으로 이단 젖히면 4부터 10까지 우하귀가 고스란히 백집으로 굳어진다. 이세돌이 3으로 올라서서 백을 차단한 건 당연한 반발이다. 이후의 변화가 대단히 어려운데 알파고는 마치 예정된 길을 가듯 별로 시간을 사용하지도 않고 4, 6으로 두었다. 이때 흑이 <참고2도> 1로 받는 건 2, 4를 선수한 다음 6, 8로 둬서 오히려 흑이 위험하다. 실전에서 이세돌이 7로 내려선 게 최강이자 최선의 응수다.

결국 8부터 13까지 바꿔치기가 이뤄진 다음 선수를 잡은 알파고가 14로 좌상귀를 확실하게 지켰다. 과거 이창호의 전성기 때 자주 보던 모습이다. 드디어 알파고의 계산서가 나온 모양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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