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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전방 장병에 뚫리는 방탄복 입힌 막장 방산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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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전방 장병에 뚫리는 방탄복 입힌 막장 방산비리

입력
2016.03.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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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북한군 철갑탄을 막을 수 있는 첨단 방탄복을 개발하고도 업체 로비를 받아 성능이 떨어지는 일반 방탄복을 구입해 일선 부대에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북한이 2006년부터 보급한 철갑탄은 강철판이나 콘크리트 벽까지 뚫고 들어갈 수 있는 고성능 탄환이다. 최전방 부대 등 장병 3만5,000명에게 지급된 일반 방탄복은 감사원 실험에서 철갑탄에 여지없이 뚫렸다. 만약 전시였다면 불량 방탄복을 입은 우리 군인이 영문도 모른 채 쓰러졌을 생각을 하니 분노가 치민다.

감사원의 전력지원물자 비리 감사결과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는 28억 원을 들여 철갑탄 방호용 첨단 방탄복 개발에 성공하고 2012년부터 각 군에 보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직전에 돌연 철회됐다. 단기간에 보급하기 어렵고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를 댔지만 알고 보니 방산업체의 로비에 넘어간 때문이었다. 그 후 군은 철갑탄 방어 기능이 빠진 일반 방탄복을 공급하기로 계획을 바꿨고, 방산업체 삼양컴텍에 2,7000억 원에 이르는 독점 사업권을 준 사실이 밝혀졌다.

장병의 생명을 담보로 한 터무니 없는 계약의 이면에는 군과 방산업체 간에 뿌리 깊은 유착관계가 있었다. 이 일을 주도한 육군 소장 출신 국방부 1급 공무원은 청탁의 대가로 자기 아내를 방산업체에 위장 취업시켜 월급을 타냈다. 또 육군 영관급 장교는 방탄복 정보를 제공하고 5,100만원을 받았고, 나중에는 그 업체 이사로 들어갔다. 육사 교수도 허위 방탄 시험 성적서를 작성해 주고 1억여 원을 받았으며, 전역 후에는 연구소장이 됐다. 현역 때 방산업체 뒤를 봐주고 뇌물을 챙긴 뒤 전역 후엔 업체로 자리를 옮겨 후배 군인들을 상대로 로비를 하는 비리사슬이 여전히 끊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삼양컴텍이 2011~2012년에도 불량 방탄복 2,000벌을 특전사에 납품했다가 적발된 업체라는 사실이다. 당시 육군과 해군 장교 3명이 업체의 로비를 받아 시험평가서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구속되기까지 했다. 어떻게 이런 비리 업체가 버젓이 살아남아 다시 로비에 나설 수 있었는지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6년간 삼양컴텍과 계열사에 재취업한 육군 장교가 장성을 비롯해 29명에 이른다니 검은 유착과 공생 관계의 실상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방위산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활동을 종료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터진 이번 방산비리는 군의 환부가 얼마나 깊게 뿌리내렸는지를 보여준다. 비리가 근절될 때까지 상시적 감시 시스템을 꾸준히 가동하는 방법 외에는 달리 길이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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