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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매도 시세조종 여부에 ELS 엇갈린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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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매도 시세조종 여부에 ELS 엇갈린 판결

입력
2016.03.2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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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기준 넘어야 이익나는 ELS

투자자의 집단손해배상 소송에서

도이체방크 울고 BNP파리바 웃어

대법 “시기, 호가 등 차이” 설명 불구

현장선 “기준 모호해 시장 혼란”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가 손실이 발생한 투자자들이 주가 등락에 영향을 미친 외국은행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대량매도를 하게 된 동기와 매도 형태가 의도적 시세조종행위인지를 판단하는 주요기준이 됐다.

“도이체방크는 시세조종 뚜렷”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4일 김모(61)씨 등 투자자 26명이 “800여만~2억6,000여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도이체방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씨 등 투자자들의 손익 여부가 결정되는 만기평가일에 도이체방크의 거래 형태가 자본시장법에 위배되는 시세조종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김씨 등은 2007년 8월 한국투자증권이 발행한 ELS에 투자했다. 삼성전자 보통주와 KB금융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중간평가일 및 만기평가일에 두 주식이 기준가격을 넘으면 7.15~21.45%의 수익을 얻고, 못 미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상품이다.

한국투자증권 ELS는 만기평가일인 2009년 8월 26일 KB금융의 주가가 5만4,700원으로 수익 상환 기준가격인 5만4,740원에 40원 차이로 미치지 못해 김씨 등이 투자 원금의 25.1% 손실을 입었다. 이에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수익 상환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ELS 상품이 수익 상환 기준에 도달하면 도이체방크로부터 상환금을 받는 스와프계약을 도이체방크와 맺은 상태였다. 문제는 만기평가일 KB금융의 주가가 5만4,800원으로 수익 상환 기준을 살짝 넘었었는데 장 마감 10분전 도이체방크가 12만8,000주를 집중매도해 주가가 100원이 떨어진 것이다. 김씨 등은 도이체방크로 인해 손실을 입게 됐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도이체방크가 장 마감 10분 전부터 예상체결가격이 기준가격을 근소하게 넘어서는 시점마다 반복적으로 주식을 대량매도, 실제로 예상체결가격이 하락했다”며 “수익상환을 피하기 위해 이뤄진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내지 부정거래행위”라고 판단했다. 도이체방크 측은 당시의 주가 매도는 손실 위험을 피하고 상환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금융기법인 ‘델타헤지’에 해당돼 시세조종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BNP파리바는 주가에 큰 변화 못 줘”

반면 이날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유사한 방식으로 위험회피 거래를 한 BNP파리바은행에 대해서는 손실을 입은 투자자의 패소를 확정했다. 현대증권과 스왑계약을 맺은 BNP파리바은행은 현대증권 ELS 만기평가일에 기초자산인 신한은행 주식을 매도했고, 이로 인해 손해를 입은 삼성새마을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만기일에 매도한 신한은행 주식 규모가 전체 거래량의 20% 이하여서 한국거래소가 정한 ‘ELS 헤지거래 가이드라인’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판단이 엇갈린 것은 만기평가일 당시 도이체방크와 BNP파리바은행의 주식 매도량이 주가 형성에 미친 영향력 정도, 그에 앞서 이뤄진 주식 매매 형태 등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도이체방크의 경우 증시 마감 직전 매도한 주식의 양이 해당 주식 전체 거래량의 46.9%에 달했지만 BNP파리바은행의 경우 주가에 심각한 변동을 줄만큼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 BNP파리바은행의 경우 만기평가일 전날 및 그 이틀 전 대량의 주식을 매수해 시세조종이나 상환조건 충족을 무산시킬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웠던 점도 작용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시간대, 수량, 매도호가, 매도관여율과 같은 요소가 시세조종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요건이 되는데 오늘 두 사건은 그 점에서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시세조종을 할 유인이 있고 기준일 전부터 델타헤지를 한 정황이 없다면 시세조종행위로 볼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앞서 대우증권과 BNP파리바은행의 별개의 ELS 소송에서도 엇갈린 판결을 내렸다. 대우증권이 장 마감 전 주식 집중 매도로 고의적인 주가 하락을 유도했다고 판단한 반면 BNP파리바은행의 경우 시세조종을 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증권업계에서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이겠지만 엇갈린 판결은 시장에 혼선을 줄 것”이라며 “인위적인 시세조정과 위험회피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일선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BNP파리바은행 및 캐나다왕립은행 등을 상대로 한 다수의 ELS관련 소송이 서울고법 등 여러 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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