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자들이 승리하는 걸 결코 허용할 수 없다.”
크리스 콜먼(46) 웨일스 축구대표팀 감독이 외쳤다.
웨일스는 오는 6월 10일부터 한 달 동안 프랑스에서 열릴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인 ‘유로 2016’ 출전국이다. 최근 벨기에 브뤼셀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유로 2016 개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콜먼 감독은 “유럽축구연맹(UEFA)이 안전을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거라 믿는다. 유로 2016은 예정대로 개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 브뤼셀에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폭탄 테러로 수 십 명이 사망했다.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유로 2016이 테러범들의 표적이 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프랑스는 불과 4개월 전 테러로 큰 아픔을 겪었다. 작년 11월 13일 프랑스 공연장 등 6곳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해 129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 축구대표팀의 평가전이 열려 8만 명이 운집해있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도 폭탄 테러가 시도됐다. IS 소속 테러리스트가 경기장 진입을 시도하다 보안 검색대에서 폭탄 조끼가 발각되자 자폭했다. 만약 폭탄이 터졌다면 엄청난 인명 피해가 날 뻔했다. 스타드 드 프랑스는 유로 2016의 메인 경기장이기도 하다. 프랑스와 루마니아의 대회 개막전을 포함해 조별리그 4경기와 16강, 8강, 결승전 등 7경기가 열린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무관중 개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지안카를로 아베테(66) UEFA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22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유로 2016을 무관중으로 치르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테러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는데 그렇다고 대회를 연기하거나 취소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UEFA는 23일 공식 성명을 내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유로 2016을 안전하게 치를 것이다. 무관중 대회는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스포츠는 이전에도 테러에 굴복하기보다는 연대의 힘으로 저항해왔다.
작년에도 파리 테러 직후인 11월 18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예정대로 잉글랜드와 프랑스 축구대표팀의 친선경기가 열렸다. 디디에 데샹(48) 프랑스 대표팀 감독은 원치 않는 선수는 영국에 가지 않아도 좋다고 했지만 선수들 전원이 도버 해협을 건넜다. 이 중에는 테러로 사촌을 잃은 프랑스 대표팀 미드필더 라사나 디아라(31ㆍ올림피크 마르세유)와 여동생을 잃을 뻔했던 공격수 앙투안 그리즈만(25ㆍ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있었다. 디디에 데샹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프랑스인인 것을 자랑스러워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왔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당시 웸블리 스타디움은 프랑스 국기색인 청ㆍ백ㆍ적색의 조명을 밝혀 프랑스를 향한 지지의 뜻을 밝혔다. 관중석 곳곳에서는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적힌 프랑스 국기가 펄럭였다. 그레그 다이크(69) 잉글랜드 축구협회장은 “스포츠는 절망이 있는 곳에서 희망을 주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1972년 뮌헨 올림픽 기간 중 팔레스타인 테러단체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단을 노리고 선수촌을 급습해 11명이 숨진 일이 있었다. 국제 스포츠 대회 사상 최악의 참사로 꼽히는 사건이다. 올림픽을 멈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끝까지 대회를 진행했다. 당시 에이버리 브런디지 IOC 위원장은 “대회를 멈추면 테러리스트들에게 굴복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그들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며 대회 중단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설득했다. 야만적 테러리즘에 맞선 위대한 선택 중 하나로 꼽힌다.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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