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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안전’이 빠진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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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안전’이 빠진 세월호?

입력
2016.03.2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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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부산의 고리 원전 1호기에 전원공급이 중단됐다. 비상발전기도 돌지 않아 12분 동안 전기가 아예 차단됐다. 다행히 수동으로 복구할 수 있었지만, 공급 중단 시간이 조금만 더 길어졌어도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와 같은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었던 순간이다. 아니, 고리 1호기 영향권 내에 거주민이 350만명을 헤아리는 만큼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는 상대도 되지 않을 끔찍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런 중차대한 사고가 한 달간이나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들은 책임추궁을 걱정한 나머지 사고 은폐를 시도했다. 당일 일지에도 아무런 사고 없이 정상가동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아찔한 사고가 외부로 드러난 건 어처구니없게도 술자리였다. 한 부산시의원이 고리 핵발전소 인근의 한 술집에서 식사를 하다가 직원들끼리 “고리1호기에서 예방정비기간에 정전사고가 났다, 괜찮을지 모르겠다”고 하는 말을 우연히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부산시의원이 만약 다른 술집으로 갔더라면, 정전사고가 어떤 의미인지를 몰랐다면 원전 안전체계가 얼마나 허술하게 운영되는지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18대 대선에 묻히면서 잦아들었다. 그리고 정확히 2년여 만에 우리는 세월호의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세월호 비극 이후, 특별법이 생기고 ‘4ㆍ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특별법은 특별조사위가 진상을 규명하는 것 외에도 종합보고서를 통해 ‘재해·재난의 예방과 대응방안 마련 등 안전한 사회 건설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을 위한 조치’를 내놓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이 과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정치권의 외면 속에 세월호 특조위의 예산이 대폭 삭감된 바 있다. 세월호의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문제에 대한 방안을 내놓으려면 물적ㆍ인적 인프라를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일종의 족쇄를 채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세월호 비극은 아직 진행 중이다. 또 유사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여기서 특조위 활동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 그것도 아니라면 안전 정책은 기업과 정부의 활동을 감시하고 모니터링 해야 한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가 수용하지 못하는 것인가.

예상컨대 안전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들여야 하는 기업의 비용이나 정부의 예산이 부담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안전 문제를 경제적 관점에서 보는 건 위험한 일이다. 물론 사고는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충분히 대비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게 된다.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더라도 세월호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사회적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보다 중요하다. 그걸 손해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나 1999년의 씨랜드 화재 사고, 2003년의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모두 최소한의 안전시스템만 있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28, 29일 열리는 세월호 2차 청문회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2차 청문회는 세월호의 침몰 원인과 제도적 문제 규명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결국 안전사고의 원인과 유형은 사회적 관리시스템이 없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청문회는 우리가 공유해야 할 메신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총선 이슈에 밀려 세월호 청문회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아직도 세월호냐’라는 인식은 더더욱 위험하다. 세월호 눈물이 마르기도 전인 같은 해 9월, 고리1호기 정전사고를 은폐한 관계자 5명은 항소심에서 고작 200만~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게다가 전원 재판 중에 정년퇴직을 했거나 다른 곳으로 복직됐다.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참사다.

이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시민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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